중국계 자금 감별에 시간 걸려…메모리 매각價 15조원도 '간당간당'
회계 불투명성으로 도시바 결산 또 미뤄질 가능성…상장폐지 '위기'


도시바의 반도체 새회사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미국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거함도 참여해 치열할 것이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흥행 실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 이름이 흘러나오기는 했지만 주체적 참여자는 아니고, 응찰 기업들의 뒤에 중국계 펀드자금이 숨어있는지를 가려내야 해 우선협상자 결정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도시바가 일본내 공장 유지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최대 2조엔대(약 20조원)에 달한 것이라던 매각 규모도 축소될 조짐이다.

실제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도시바메모리의 가치를 2조엔에서 1조5천억엔(약 15조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가운데 도시바의 상장 폐지설이 재부상한 것도 돌발변수다.

도시바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본 감사법인이 "2015년도 이전 결산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하면서 회계조작 문제가 심화한데 따른 것이다.

3일 닛폰TV·일간공업신문 등은 "이미 두 차례 미루면서 11일로 예정된 결산(2016년 4~12월)이 기한 내에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50% 이상으로 높아졌다"면서 "그 경우 도요타의 상장폐지 리스크도 한층 높아진다"고 전했다.

자연스럽게 도시바메모리 매각작업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6월 정기주주총회 전에 도시바메모리 우선협상자를 정하고 싶어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가 곤란한 상황이다.

중국 등지로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일본정부를 배려해 도시바가 응찰 기업의 자금조달처를 신중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는 것은 물론 일본 유력 기업에 다시 한 번 입찰 참가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2조엔으로 제시한 기업도 있었지만 "제출 서류에 자금조달 수단이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이 도시바 내부에서 나왔다.

2조엔도 입찰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가상수치'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 정부와 여당 쪽에서 안전보장의 관점에서 중국계 자금이 뒤에 숨어있는지를 정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주문이 있기 때문에 자금 출처 계획 정밀심사에 당초 예상보다 긴 기간이 필요해졌다.

유력 일본 기업이 나서지 않은 것도 변수다.

일본 정부나 재계에서는 안전보장이나 국제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일본기업과 정부계 금융기관 출자를 희망하고 있다.

도시바 측은 이러한 정부와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일본정책투자은행, 산업혁신기구 등이 응찰기업과 연합하면 2차 응찰 참여는 인정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이익 극대화에도 여러 장애물이 있다.

미국 원자력발전사업의 손실을 메꾸려면 빨리 팔아야 한다는 점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일본 내 공장과 고용을 유지하라는 요구는 응찰기업에 장래의 채산성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므로 낙찰가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기술유출을 막는다며 까다롭게 하면 한국, 중국, 대만 기업이 발을 뺄 수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인수 이후의 투자부담이 크다는 점은 나중에 도시바메모리를 되팔아 차익을 올리려는 펀드들을 부담스럽게 한다.

욧카이치공장은 메모리 1위인 삼성전자에 비해 낡은 제조장치가 많기 때문에 데이터 용량을 늘리기 위한 3차원메모리 투자 등에 엄청난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메모리 시황의 진폭이 큰 것도 매각 교섭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메모리는 3~5년 정도로 호불황의 파고가 반복돼 왔다.

현재는 스마트폰 대용량화와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공급이 달릴 정도지만 호황이 이미 1년 이상 지속된 만큼 매각완료 시한인 내년 3월에는 시황이 어떨지 예상하기 어렵다.

도시바는 복수기업의 출자 제안을 비교해가며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6월 하순 주주총회까지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려고 하지만 응찰기업들도 도시바의 약점을 알고 있어 밀고 당기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관측들이 많이 나오며 3일 도시바 주가는 개장 때 6% 정도 하락한 가격으로 거래가 시작돼 오전 9시 55분 현재 6.38% 떨어진 226.70엔에 거래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