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못알아들어도 '졸업장'…외국인 유학생에 관대한 명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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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아라 기자 ] "팀 플레이 수업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발표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리포트 쓸 때도 한국인 학생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천모 씨는 "학교 수업은 절반 가량밖에 못 알아듣는다"며 이 같이 털어놓았다. 한국 유학 4년차인 그는 여전히 중국인 친구들과 어울리곤 한다. 서툰 한국말 탓이 크다.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시대'의 민낯이다. 한국말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유학생들이 '캠퍼스 글로벌화'의 상징이 됐다. 교육 당국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급급했다. 결과적으로 전체적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지면서 국내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마저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학생 수는 10만 4262명이었다. 10년 전에 비해 무려 220.24% 급증했다. 어학연수, 대학(전문대 포함), 대학원 등 과정별로는 대학 재학생이 3만 8944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적별로는 중국(57.7%)에 집중됐다. 베트남(7.2%)과 일본(3.5%)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난 것은 한류의 영향뿐 아니라 영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학도 쉽고 비용 부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경제·신문방송·전기전자공학 등 비교적 국내 대학들이 경쟁력을 가진 전공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유학생 입학기준을 지나치게 낮춘 게 문제가 됐다. 교육부는 2015년 외국인 유학생 입학기준을 기존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신 1년간 250시간 이상 한국어 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 수요가 많은데 현실적으로 이들이 모두 TOPIK 3급을 취득하기 어렵다는 대학들 의견을 반영해 기준을 2급으로 낮춘 것"이라면서 "올해부터 한국어 연수 시간을 250시간에서 300시간으로 늘렸다"고 덧붙였다.
TOPIK은 총 6등급으로 나뉜다. 2급은 1500~2000개의 한국어 어휘를 이용해 사적이고 친숙한 화제에 관해 문단 단위로 이해할 수 있는 정도다. 구체적으로 "'전화하기, 부탁하기' 등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과 '우체국, 은행' 등의 공공시설을 이용해 필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 마디로 간단한 일상생활 영위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대학 수준의 전공 수업을 따라가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대학 수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의사소통이 어려울 뿐 아니라 한국어로 된 자료는 인터넷에 올라온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오는 식이다.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는데 교수에게 "유학생이니 특별히 봐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 연세대 재학생 윤지원 씨(가명·20)는 "이러려고 고교 3년간 치열하게 공부했나 싶다"고 말했다.
이 대학의 경우 외국인 학부 입학 전형 합격자는 모두 TOPIK에 응시해야 한다. 성적에 따라 학교가 지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학위과정 수업도 들을 수 있다. TOPIK 초급 수준 성적을 받아도 별도 한국어 코스를 이수하는 식으로 '조건부 입학'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다른 주요대학들도 기준이 까다롭지 않다. 고려대는 학부 졸업 전까지 TOPIK 4급 이상을 취득하면 된다. 성균관대와 서강대학교는 3급 이상이면 입학이 가능하다. 단 성균관대는 2학년이 되기 전에 4급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대학들이 유학생 질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단지 외국인이란 이유로 국내 명문대에 손쉽게 입학하고 졸업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적지 않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국내 대학 졸업률은 높은 편이다. 대학 정보 포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연세대와 고려대의 2015년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률은 1.5%에 그쳤다. 성균관대(2.4%) 서강대(1.1%) 한양대(4.4%) 등도 비슷했다.
대학이 유학생 유치에 골몰하는 것은 국제화 수준이 높아지고 등록금 수입도 늘어나는 '일석이조'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전국 4년제대 연간 평균 등록금은 667만 원이었다. 국·공립대가 포함된 수치이므로 사립대인 서울 주요대학들의 등록금은 더 높다. 각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2015년)를 기준으로 환산한 등록금 수입은 각각 연세대 60억2300만 원, 고려대 78억1700만 원, 성균관대 112억1800만 원에 달했다.
대학 측은 나름대로 유학생 질 관리를 한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TOPIK 급수가 4급 이하인 경우 급수(급수x3학점)에 따라 한국어로 진행되는 전공과목 수강을 제한한다"며 "별도로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언어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서울의 명문 사립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천모 씨는 "학교 수업은 절반 가량밖에 못 알아듣는다"며 이 같이 털어놓았다. 한국 유학 4년차인 그는 여전히 중국인 친구들과 어울리곤 한다. 서툰 한국말 탓이 크다.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시대'의 민낯이다. 한국말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유학생들이 '캠퍼스 글로벌화'의 상징이 됐다. 교육 당국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급급했다. 결과적으로 전체적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지면서 국내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마저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학생 수는 10만 4262명이었다. 10년 전에 비해 무려 220.24% 급증했다. 어학연수, 대학(전문대 포함), 대학원 등 과정별로는 대학 재학생이 3만 8944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적별로는 중국(57.7%)에 집중됐다. 베트남(7.2%)과 일본(3.5%)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난 것은 한류의 영향뿐 아니라 영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학도 쉽고 비용 부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경제·신문방송·전기전자공학 등 비교적 국내 대학들이 경쟁력을 가진 전공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유학생 입학기준을 지나치게 낮춘 게 문제가 됐다. 교육부는 2015년 외국인 유학생 입학기준을 기존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신 1년간 250시간 이상 한국어 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 수요가 많은데 현실적으로 이들이 모두 TOPIK 3급을 취득하기 어렵다는 대학들 의견을 반영해 기준을 2급으로 낮춘 것"이라면서 "올해부터 한국어 연수 시간을 250시간에서 300시간으로 늘렸다"고 덧붙였다.
TOPIK은 총 6등급으로 나뉜다. 2급은 1500~2000개의 한국어 어휘를 이용해 사적이고 친숙한 화제에 관해 문단 단위로 이해할 수 있는 정도다. 구체적으로 "'전화하기, 부탁하기' 등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과 '우체국, 은행' 등의 공공시설을 이용해 필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 마디로 간단한 일상생활 영위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대학 수준의 전공 수업을 따라가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대학 수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의사소통이 어려울 뿐 아니라 한국어로 된 자료는 인터넷에 올라온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오는 식이다.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는데 교수에게 "유학생이니 특별히 봐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 연세대 재학생 윤지원 씨(가명·20)는 "이러려고 고교 3년간 치열하게 공부했나 싶다"고 말했다.
이 대학의 경우 외국인 학부 입학 전형 합격자는 모두 TOPIK에 응시해야 한다. 성적에 따라 학교가 지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서 학위과정 수업도 들을 수 있다. TOPIK 초급 수준 성적을 받아도 별도 한국어 코스를 이수하는 식으로 '조건부 입학'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다른 주요대학들도 기준이 까다롭지 않다. 고려대는 학부 졸업 전까지 TOPIK 4급 이상을 취득하면 된다. 성균관대와 서강대학교는 3급 이상이면 입학이 가능하다. 단 성균관대는 2학년이 되기 전에 4급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대학들이 유학생 질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단지 외국인이란 이유로 국내 명문대에 손쉽게 입학하고 졸업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적지 않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국내 대학 졸업률은 높은 편이다. 대학 정보 포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연세대와 고려대의 2015년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률은 1.5%에 그쳤다. 성균관대(2.4%) 서강대(1.1%) 한양대(4.4%) 등도 비슷했다.
대학이 유학생 유치에 골몰하는 것은 국제화 수준이 높아지고 등록금 수입도 늘어나는 '일석이조'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전국 4년제대 연간 평균 등록금은 667만 원이었다. 국·공립대가 포함된 수치이므로 사립대인 서울 주요대학들의 등록금은 더 높다. 각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2015년)를 기준으로 환산한 등록금 수입은 각각 연세대 60억2300만 원, 고려대 78억1700만 원, 성균관대 112억1800만 원에 달했다.
대학 측은 나름대로 유학생 질 관리를 한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TOPIK 급수가 4급 이하인 경우 급수(급수x3학점)에 따라 한국어로 진행되는 전공과목 수강을 제한한다"며 "별도로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언어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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