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업장에 동일 최저임금, 업종·지역별 생산성 반영 못해
최저임금(2017년 시간당 6470원)은 딱 하나다. 근로조건, 생산성, 업황 등 결정 요인의 차이가 분명히 있지만 모든 사업장에 같은 수치가 적용된다. 내수경기 악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급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숙박음식업 등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업종별 지역별 등으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합리적인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배경이다.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을 나타내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산업별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2015년 전체 산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11.5%다. 최고인 농림어업(37.9%)과 최저인 전기가스업(0.5%)의 편차는 37.4%포인트에 달한다. 농림어업 종사자는 열 명 중 네 명 가까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고 일하는데 전기가스업에선 근로자 대부분이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는다. 사업주의 준법정신이나 도덕성과는 무관하게 업종별로 생산성과 근로조건이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도소매업(16.4%) 숙박음식업(35.2%) 등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업종일수록 최저임금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물가 수준과 생계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점도 불합리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은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한다. 호주의 최저임금은 지역·업종별로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근로자의 숙련도에 따라서도 차등 적용된다.

한국도 최저임금 도입 초기인 1988년엔 제조업 28개 업종을 두 개 그룹으로 구분해 설정했다. 식료품, 섬유, 신발 등 12개 업종은 시간당 462.5원이었다. 상대적으로 기업의 지급능력과 생산성이 높은 석유, 화학, 철강 등 16개 업종은 시간당 487.5원으로 높게 정해졌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는 “경영환경과 업종별 특성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형태로 최저임금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