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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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처럼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이 재개되고 있어 서울·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순유출되던 수도권 인구가 지난해 횡보한 데 이어 올 들어 순유입을 나타내고 있다. 세종시 혁신도시 등으로의 이주가 마무리된 영향이다. 주택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어 수도권 집값 및 전·월세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재건축·재개발밖에 신규 아파트 공급 수단이 없는 서울 집값은 강세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 인구 증가세 전환

5일 통계청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세종시와 전국 10개 혁신도시 입주 시기인 2011~2016년에 6만272명의 수도권 인구가 지방으로 빠져나갔다. 1945년부터 2010년까지 줄곧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입되다 2011년 처음으로 8450명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순유출됐다. 2012년 반짝 수도권 인구가 늘었지만 다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인구가 이동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작년 수도권의 순유출 인구는 863명으로 급감했다. 2015년 3만3000명의 순유출을 기록하며 피크를 찍은 뒤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어 올 1~2월에는 1만2800명이 순유입됐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지방 혁신도시 조성이 마무리되는 시점과 맞물리며 지난 몇 년간 지방 신도시로 빠져나가던 인구가 다시 수도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일본처럼 일자리가 풍부한 수도권으로 인구가 이동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서울·수도권 주택 수요가 덩달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수도권은 여전히 주택 부족 상태”

부동산 전문가들은 ‘11·3 부동산 대책’, 미국 금리인상, 대통령 탄핵 사태 등 악재가 쏟아져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잠시 주춤하다가 반등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수급 불균형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선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다시 몰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주택 부족 상태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유안타증권이 이달 내놓은 ‘한국 주택의 모든 것’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시장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올해 추가로 필요한 주택 수는 약 11만4000가구다. 이는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해 추정한 추가 주택 수요를 말한다. 2020년까지는 전국에서 약 41만6000가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서울에선 올해 9688가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2020년까지는 3만5084가구의 주택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 가구수는 약 378만가구인 데 반해 주택 수는 약 362만가구에 그치고 있어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지만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은 아직 100%에 못 미친다”며 “여전히 추가 주택 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멸실가구까지 고려한다면 수도권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지방 부동산시장 위축 가능성”

이 같은 인구 이동 추이를 감안할 때 지방 부동산시장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실제 상당수 지방 도시에서 작년부터 급격한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은 0.7% 올랐지만 대구(-1.8%), 충북(-0.7%), 충남(-1.5%), 경북(-1.7%), 경남(-0.6%) 등의 집값은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서도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도 입주 물량이 많은 대구(-0.05%), 충북(-0.03%), 충남(-0.06%), 경북(-0.08%) 등의 매매 가격이 하락했다. 서울(0.13%)과 경기(0.04%), 인천(0.04%) 등 수도권 지역의 상승세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개발 재료가 많은 부산과 강원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방에서 2015년 말부터 주택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물량도 수도권은 줄어드는 반면 지방에선 급증하고 있다. 서울 미분양 가구(매년 12월 기준)는 2014년 1356가구, 2015년 494가구, 2016년 274가구 등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울산, 충북, 충남, 전북, 영남권 등에선 미분양 아파트가 계속 늘고 있다. 충북에선 미분양 아파트가 2014년 931가구에서 지난해 3989가구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충남에서도 작년 미분양 아파트가 9323가구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세 배 늘었다. 영남권에선 2011년 4985가구 수준이던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1만5435가구로 급증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인구마저 줄고 있어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