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역을 지나던 화물선 ‘스텔라 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1주일째다.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되고 한국인 선원 8명 등 나머지 22명의 생사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사고 원인과 대응을 보면 영락없는 세월호 판박이다. 실종자 수색을 주도할 지휘부도, 사고 대응 매뉴얼도 아예 없거나 있어도 무용지물이었다. 선원 가족들은 애타는 심정으로 대책 마련을 호소했지만 정부의 첫 반응이 공분을 사고 있다고 한다. 해양수산부는 “관할 부서는 외교부”, 외교부는 “컨트롤타워는 해수부”라고 서로 떠넘겼다는 것이다.

관리감독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스텔라 데이지호는 한 달 전에도 기관 고장으로 항해 중 정비를 했고, 5년 전에는 광양 항에서 충돌사고로 선체에 구멍이 뚫리는 등 ‘만신창이’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이 보유한 32척 중 19척이 스텔라 데이지호처럼 유조선을 개조한 화물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선박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안전 대한민국’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 개조(改造)’를 외치며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지만 애꿎은 해경만 해체됐을 뿐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잊을 만하면 2~3년 주기로 후진국형 대형 인재(人災)가 되풀이된다. 판교 환풍구가 무너졌고, 서문시장·소래포구 등 전통시장이 불탔고, 각종 공사 현장이 붕괴됐다.

속수무책일 정도로 사고가 이어지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치유가 어려운 중증(重症)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적지 않은 시민은 ‘설마’ 하는 안일함에 젖어 있고, 공무원들은 사건만 터지면 허둥댄다.

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니 곳곳에 ‘제2·제3의 세월호’가 널려 있다. 변한 게 없으니 ‘잠수함 충돌설’ ‘인신 공양설’ 등 괴담과 음모론이 난무한다. 더 늦기 전에 민·관 모두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하고 국민의식을 가다듬고 재난 대처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우리 사회가 정신을 차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