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용하는 신종 투자 방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바이오벤처에 대한 초기 자금 투자 기준을 완화하고 대기업이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한 경우에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가점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스타트업 투자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1월 그간의 창업 지원을 통해 육성된 스타트업의 추가 성장 방안을 담은 ‘창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스타트업 투자시장 활성화 방안은 그 후속 조치를 담고 있다.

정부는 우선 창업투자회사의 투자 방식을 제한하는 투자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창투사의 투자 방식은 신주, 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사채, 교환사채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이런 투자 방식은 기업가치 산정이 쉽지 않고 자금 조달이 까다롭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국의 벤처 산실인 실리콘밸리에서 활용하는 ‘컨버터블 노트’ ‘세이프’ 등 신종 투자를 적극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컨버터블 노트란 우선 투자하고 향후 성과가 나왔을 때 전환가격을 결정하는 오픈형 전환사채로, 실리콘밸리에서는 2000년대부터 대세를 이루고 있다. 세이프는 투자자에게 미래에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간소화한 투자 방식으로 유명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기관)인 와이컴비네이터가 2013년 말 처음 내놨다.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나 핀테크 등 신산업 투자의 걸림돌이던 창투사 투자 제한 조항도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스타트업이 좀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내놨다. 사업화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는 바이오벤처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초기 투자 대상 기업을 창업 3년 이내에서 7년 이내로 확대했다. 크라우드펀딩 투자자의 엔젤매칭펀드 기준을 10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춰 누구나 엔젤투자자로 나설 수 있게 하고 법인도 개인투자조합에 참여할 수 있게 허용해 대학과 액셀러레이터의 펀드 조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 활성화 방안에는 대기업이 투자펀드 출자를 통해 간접투자하는 경우에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가점을 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정부는 연말까지 3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공동 펀드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 컨버터블 노트

convertible note. 전환사채(CB)와 비슷하지만 발행 시 구체적인 전환가격을 정하지 않고 먼저 투자한 뒤 성과가 나왔을 때 전환가격을 결정한다. 오픈형 CB라고도 불린다.

■ 세이프

SAFE :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투자자에게 장래에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일종의 증권이다. 사채가 아니어서 만기와 이율이 따로 없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