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왜 복합소재인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항공기, 스포츠카, 방탄복, 악기케이스. 얼핏 보면 공통점이 없는 이들 제품이 지난달 중순 파리 노르빌팽트전시장에 등장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복합소재’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복합소재전시회(JEC World)’라는 이 행사에는 강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탄소강화플라스틱(CFRP)’을 비롯해 방탄복에 쓰이는 아라미드섬유, 유리섬유 등과 이들의 응용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프랑스의 쇼마라, 독일의 에보닉, 미국의 듀폰, 일본의 도레이 등 이 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총출동했다. 100여개국에서 온 1300여개 업체가 첨단기술을 뽐냈고 수만명의 바이어가 3일 동안 상담을 벌였다. 복합소재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현재의 먹거리’이자 ‘유망한 미래산업’이기 때문이다.
전시회 주최사인 프랑스 JEC그룹에 따르면 복합소재 수요는 해마다 5%씩 성장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2021년에는 시장 규모가 1000억달러를 넘어 103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1000억달러 시장으로 팽창
현대적 의미의 복합소재 역사는 약 70년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가격이 비싸고 대량생산이 힘들다는 이유에서 좀처럼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다. 인명과 직결되는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 등에 쓰기 위한 검증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 연비경쟁이 불붙으면서 경량 소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고가제품인 스포츠카부터 복합소재 사용이 보편화되더니 BMW 등 자동차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이를 쓰기 시작했다. 우주선 등 내열성이 중요한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항공기의 경우 일부 부품의 복합소재 사용 비율은 50%를 넘어섰다. 일본 도레이는 1970년대에 탄소섬유를 개발해 30년간 어려움을 겪다가 마침내 미국 보잉과 1조엔이 넘는 대규모 장기계약을 맺으며 잭팟을 터뜨렸다.
한국은 복합소재산업의 전·후방산업이 골고루 발달한, 극소수 국가에 속한다. 복합소재 분야의 전문가와 기업인 등 25만명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JEC그룹이 최근 아시아지역 전시회 개최지를 싱가포르 대신 한국으로 바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재와 제품은 '순망치한' 관계
오는 11월 초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복합소재전시회(JEC Asia)’는 한국이 이 분야의 아시아 중심국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동차 전기 전자 항공 방산 분야를 비롯해 악기케이스 건축자재 등 복합소재 사용 분야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자동화 로봇화 등을 통해 생산단가를 낮출 여지도 많다. 응용 분야를 찾는다면 중소기업의 새로운 먹거리가 여기에서 쏟아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도 첨단소재가 뒷받침돼야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
복합소재산업이 발전하려면 최고경영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자동차 전자 등 최종소비재를 만드는 최고경영자들의 각별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임원이나 부서장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를 채택할 용기를 내기 어렵다.
원재료든 완제품이든 선진국보다 늦게 출발한 상황에서 선진국의 동향만 살피며 미적대다간 복합소재 중심국으로 도약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소재와 완제품 산업은 순망치한의 관계가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프랑스의 쇼마라, 독일의 에보닉, 미국의 듀폰, 일본의 도레이 등 이 산업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총출동했다. 100여개국에서 온 1300여개 업체가 첨단기술을 뽐냈고 수만명의 바이어가 3일 동안 상담을 벌였다. 복합소재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현재의 먹거리’이자 ‘유망한 미래산업’이기 때문이다.
전시회 주최사인 프랑스 JEC그룹에 따르면 복합소재 수요는 해마다 5%씩 성장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2021년에는 시장 규모가 1000억달러를 넘어 103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1000억달러 시장으로 팽창
현대적 의미의 복합소재 역사는 약 70년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가격이 비싸고 대량생산이 힘들다는 이유에서 좀처럼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다. 인명과 직결되는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 등에 쓰기 위한 검증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 연비경쟁이 불붙으면서 경량 소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고가제품인 스포츠카부터 복합소재 사용이 보편화되더니 BMW 등 자동차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이를 쓰기 시작했다. 우주선 등 내열성이 중요한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항공기의 경우 일부 부품의 복합소재 사용 비율은 50%를 넘어섰다. 일본 도레이는 1970년대에 탄소섬유를 개발해 30년간 어려움을 겪다가 마침내 미국 보잉과 1조엔이 넘는 대규모 장기계약을 맺으며 잭팟을 터뜨렸다.
한국은 복합소재산업의 전·후방산업이 골고루 발달한, 극소수 국가에 속한다. 복합소재 분야의 전문가와 기업인 등 25만명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JEC그룹이 최근 아시아지역 전시회 개최지를 싱가포르 대신 한국으로 바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재와 제품은 '순망치한' 관계
오는 11월 초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복합소재전시회(JEC Asia)’는 한국이 이 분야의 아시아 중심국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동차 전기 전자 항공 방산 분야를 비롯해 악기케이스 건축자재 등 복합소재 사용 분야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자동화 로봇화 등을 통해 생산단가를 낮출 여지도 많다. 응용 분야를 찾는다면 중소기업의 새로운 먹거리가 여기에서 쏟아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도 첨단소재가 뒷받침돼야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
복합소재산업이 발전하려면 최고경영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자동차 전자 등 최종소비재를 만드는 최고경영자들의 각별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임원이나 부서장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를 채택할 용기를 내기 어렵다.
원재료든 완제품이든 선진국보다 늦게 출발한 상황에서 선진국의 동향만 살피며 미적대다간 복합소재 중심국으로 도약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소재와 완제품 산업은 순망치한의 관계가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