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쓰고 남은 탄소배출권을 내다팔지 않는 기업엔 앞으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는 보도(한경 4월6일자 A1, 12면)다. 여유 배출권을 다음해로 이월하면 아예 할당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탄소배출권의 수요·공급 불균형과 이로 인한 가격 급등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는 고육책이다.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탄소배출권은 매년 기업별로 할당된다.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많으면 시장에서 다른 기업의 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가격의 세 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한국거래소 시장에서 거래되는 2016년도분 탄소배출권 가격은 작년 7월만 해도 t당 1만7000원 수준이었던 게 6일 현재 2만800원으로 뛰었다. 그럼에도 여유 배출권을 팔겠다는 기업은 드물다. 정부는 당초 시장에서 배출권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봤지만, 큰 착각이었음이 드러났다. 거래 물량이 제한된 만큼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투기심리가 작용한 데다, 정부 탄소정책의 불확실성도 수급 불균형을 부른 요인이 됐다. 산업계에선 진작부터 “정부가 배출권 할당량을 줄이는 추세인데, 배출권이 남는다고 무작정 파는 게 능사가 아니다”는 얘기가 나왔다.

탄소배출권 소동은 2015년 파리기후총회에서 정부가 과도한 약속을 했을 때 예견됐다. 정부는 당시 산업계의 강한 반대에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예상 배출량 대비 37%’로 제시했고, 그 후 기업들에 탄소배출권을 과소할당해 왔다. 기업들이 작년에 신청한 배출권 양은 20억2100만t이었지만, 정부는 19.7%나 적은 16억8655만t만 부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기후행동계획과 같은 해롭고 불필요한 정책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이로 인해 파리협약 자체가 존폐 위기에 몰려 있다. 지난달엔 전임 오바마 정부의 지구온난화 대책을 전면 수정하는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미국은 물론 일본 정부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탄소배출권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언제까지 혼란과 고통을 겪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