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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레드 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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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천자 칼럼] 레드 테이프
    색(色)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열정 분노 나태함 등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왕 귀족 천민 등 신분을 나타내기도 한다. 행운 장수 불행 등도 부른다고 한다. 노란색은 중국에선 황금과 부(富)를 상징하는 황제의 색이다. 황제와 황후, 황태후만이 이런 색깔의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서양에서도 고귀한 색으로 대접받는다. 태양과 왕권을 상징한다.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아폴론의 색도 노란색이다.

    문화권에 따라 색은 다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노란색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지만 유대인에겐 치욕과 경멸의 징표다.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의 옷은 예술 작품 속에서 칙칙한 노란색으로 칠해지곤 한다. 빨간색은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붉을 홍(紅) 자는 ‘번창하다’란 의미를 담고 있다. 세뱃돈과 축의금을 줄 때도 훙바오(紅包)라고 불리는 빨간 봉투를 사용한다. 서양에선 빨간색이 다소 모순적인 이미지를 지닌다. 열정과 생명을 뜻하기도 하지만 죽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서양에선 색깔을 활용한 단어가 유난히 많다. 합리주의 사고와 근대 과학 발상지답게 ‘색깔의 색(이미지)’을 지운 용어가 대부분이다. 사무직인 화이트칼라와 생산직인 블루칼라, 그 중간인 그레이칼라라는 단어가 있다. 각 계층이 입던 옷 색깔에서 유래했다. 간단한 점심식사를 곁들인 토론모임은 브라운백 미팅이다. 샌드위치 봉투가 갈색이어서 그렇다. 국내외 경제동향보고서는 그린북, 미 중앙은행(Fed)의 정기 보고서는 베이지북, 컴퓨터 보안 평가지침서는 오렌지북이다. 핑크 슬립(pink slip)은 해고 통지서다. 미국 포드 공장에서 분홍색 종이를 받은 사람은 집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백서가 정부의 흰색 보고서, 청서가 의회의 조사보고서인 건 잘 알려진 얘기다.

    지난 4일에는 ‘레드 테이프(red tape)’란 단어가 세계인에 회자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업인 만남에서 복잡한 건설규제 현황이 담긴 차트를 설명하면서 ‘레드 테이프’를 철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단어는 17세기 영국에서 생겨났다. 관료주의와 행정편의주의를 얘기할 때 많이 언급된다. 영국 관공서에서 문서 뭉치를 묶는 붉은 끈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끈을 가진 사람은 무엇을 묶고 옭아매고 싶어한다. 공무원들의 속성을 제대로 표현한 말인 듯하다. 기득권 유지를 위해 변하지 않으려 버티고, 고집부리는 일부 공무원의 아집을 꽁꽁 묶는 용도로 사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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