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홈플러스의 '고집 경영'…홀로서기 성공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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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1년간 몰라보게 달라졌다
"고객에 집중하자"며 체질개선
가격 경쟁보다 품질 관리에 신경 써 1년 만에 3000억대 영업흑자로 전환
1년간 지구 12바퀴 돌았다
페루 애플망고·미국 고스트파인 와인
다른 곳에서 볼 수없는 상품 내놓고 신선식품 농장 확대·유통과정 개선
수원·부천·파주 등에는 체험형
1년간 몰라보게 달라졌다
"고객에 집중하자"며 체질개선
가격 경쟁보다 품질 관리에 신경 써 1년 만에 3000억대 영업흑자로 전환
1년간 지구 12바퀴 돌았다
페루 애플망고·미국 고스트파인 와인
다른 곳에서 볼 수없는 상품 내놓고 신선식품 농장 확대·유통과정 개선
수원·부천·파주 등에는 체험형
1997년 9월4일. 홈플러스가 대구 북구 칠성동2가에 첫 점포를 연 날이다. 홈플러스는 올해로 ‘만 20세’가 되기까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알짜 대형마트로서 꽃길을 걷기도 했고, 대주주였던 회사의 경영난으로 투자가 끊겨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특유의 저력을 발휘하며 한국 유통사를 써갔다. 현재 점포 수만 142개.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대형마트로 성장했다.
고집 있는 홀로서기 1년
홈플러스는 2013~2015년 암흑기를 겪었다. 대주주였던 영국 테스코가 본사 실적 악화를 이유로 수년간 한국에 투자하지 않아 경쟁 업체에 비해 낙후된 점포들이 많았다.
홈플러스는 2015년 10월 국내 사모펀드인 MBK에 인수됐다. 당시만 해도 새 주인을 맞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사모펀드가 금방 또 팔고 나가는 것 아니냐’ ‘테스코가 손을 떼면 해외 값싼 상품 조달에 애를 먹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2015회계연도(2015년 3월~2016년 2월)에 13년 만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진짜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1년 만에 기우가 됐다. 요즘 홈플러스는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무조건 싼 상품을 내놓는 가격 일변도 경쟁에서 벗어나 품질이 뒷받침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중심으로 상품 구성을 바꿨다. 품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농가를 공인하는 ‘신선플러스 농장’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질 좋은 상품을 사오기 위해 직원들은 발품을 팔았다. 미국 현지보다 싼 ‘고스트 파인’ 와인, 1만원대 피노누아, 국내 최초의 페루산 애플망고, 칠레산 체리 등 다른 마트에선 볼 수 없는 상품들이 쏟아졌다. 독자적 상품을 조달하기 위해 홈플러스 바이어들이 지구 12바퀴를 돌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체험형 매장도 도입했다. 서수원점에 풋살파크를 설치하고 부천상동점엔 넓은 자동차 매장을 넣었다. 파주운정점엔 주류 카운셀링숍 같은 기존에 없던 매장을 선보였다. 고객에 집중하자는 이른바 ‘고집 경영’과 체질개선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실적도 좋아졌다. 2016회계연도에 3000억원대 영업흑자로 전환했다. 테스코와 결별한 홈플러스의 홀로서기 1년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신선식품 혁명 주도
홈플러스가 지난해까지 체질개선에 주력했다면 창립 20주년인 올해엔 본격적인 변화를 모색한다. 대형화, 표준화, 효율화로 요약되는 기존 마트 모습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변화의 중심은 고객이다. 그동안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게 전부였다면 이제는 고객이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세 가지 변화의 방향을 정했다. 신선식품 혁명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밥상’을 만드는 게 첫째다. 두 번째는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에 없는 상품을 내놓는 방안이다. 마지막은 매일 고객에게 최상의 쇼핑 경험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가장 공들이는 부문이 신선식품 혁신이다. ‘한 끼 식사를 제대로 하는 게 소중하다. 이 시간에 최고의 즐거움을 제공하자’는 것이 홈플러스가 신선식품 부문에서 내건 목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신선식품’ 하면 홈플러스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산지에서 최종 소비자의 식탁까지 신선식품이 유통되는 전 과정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비자 불만과 반품률·폐기율 등을 조사해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형태로 신선식품을 공급할 수 있을지 연구해 왔다. 예를 들어 갈치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운송 과정에서 포장 방법과 매장 진열 방식 등을 바꿨다. 딸기는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빠른 배송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데 힘을 쏟았다.
좋은 신선식품을 공급받기 위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품질 관리를 잘하는 신선플러스 농장 수를 80여개에서 130개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생산 농가 기준으로는 1000여개에서 2000여개로 늘어난다.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서비스도 개선했다. 오랜 기간 장보기를 해온 ‘주부 9단’ 사원들로 장보기 도우미(피커)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피커가 물건을 골라주는 피킹 시스템을 구축했다. 홈플러스는 2002년 대형마트 최초로 온라인 사업과 신선식품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규모 물류센터가 아닌 전국 각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공정거래 확립에 주력
홈플러스는 올해 초 성과 반영 연봉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의 근로 의욕과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다. 기존엔 직급이 오르거나 호봉이 높아져야만 연봉이 올랐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졌다. 성과가 뛰어나거나 직무가 확대되면 승진 이전에 연봉이 인상될 수 있도록 했다. 홈플러스는 또 직원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교육제도를 정비했다. 모든 직원이 리더십과 업무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홈플러스 컬리지’ 프로그램을 늘렸다.
조직 문화 측면에선 ‘무관용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갑질을 근절하고 투명한 거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납품 업체들에 공개입찰제도를 도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객과 협력사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고집 있는 홀로서기 1년
홈플러스는 2013~2015년 암흑기를 겪었다. 대주주였던 영국 테스코가 본사 실적 악화를 이유로 수년간 한국에 투자하지 않아 경쟁 업체에 비해 낙후된 점포들이 많았다.
홈플러스는 2015년 10월 국내 사모펀드인 MBK에 인수됐다. 당시만 해도 새 주인을 맞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사모펀드가 금방 또 팔고 나가는 것 아니냐’ ‘테스코가 손을 떼면 해외 값싼 상품 조달에 애를 먹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2015회계연도(2015년 3월~2016년 2월)에 13년 만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진짜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1년 만에 기우가 됐다. 요즘 홈플러스는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무조건 싼 상품을 내놓는 가격 일변도 경쟁에서 벗어나 품질이 뒷받침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중심으로 상품 구성을 바꿨다. 품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농가를 공인하는 ‘신선플러스 농장’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질 좋은 상품을 사오기 위해 직원들은 발품을 팔았다. 미국 현지보다 싼 ‘고스트 파인’ 와인, 1만원대 피노누아, 국내 최초의 페루산 애플망고, 칠레산 체리 등 다른 마트에선 볼 수 없는 상품들이 쏟아졌다. 독자적 상품을 조달하기 위해 홈플러스 바이어들이 지구 12바퀴를 돌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체험형 매장도 도입했다. 서수원점에 풋살파크를 설치하고 부천상동점엔 넓은 자동차 매장을 넣었다. 파주운정점엔 주류 카운셀링숍 같은 기존에 없던 매장을 선보였다. 고객에 집중하자는 이른바 ‘고집 경영’과 체질개선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실적도 좋아졌다. 2016회계연도에 3000억원대 영업흑자로 전환했다. 테스코와 결별한 홈플러스의 홀로서기 1년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신선식품 혁명 주도
홈플러스가 지난해까지 체질개선에 주력했다면 창립 20주년인 올해엔 본격적인 변화를 모색한다. 대형화, 표준화, 효율화로 요약되는 기존 마트 모습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변화의 중심은 고객이다. 그동안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게 전부였다면 이제는 고객이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세 가지 변화의 방향을 정했다. 신선식품 혁명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밥상’을 만드는 게 첫째다. 두 번째는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에 없는 상품을 내놓는 방안이다. 마지막은 매일 고객에게 최상의 쇼핑 경험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가장 공들이는 부문이 신선식품 혁신이다. ‘한 끼 식사를 제대로 하는 게 소중하다. 이 시간에 최고의 즐거움을 제공하자’는 것이 홈플러스가 신선식품 부문에서 내건 목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신선식품’ 하면 홈플러스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산지에서 최종 소비자의 식탁까지 신선식품이 유통되는 전 과정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비자 불만과 반품률·폐기율 등을 조사해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형태로 신선식품을 공급할 수 있을지 연구해 왔다. 예를 들어 갈치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운송 과정에서 포장 방법과 매장 진열 방식 등을 바꿨다. 딸기는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빠른 배송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데 힘을 쏟았다.
좋은 신선식품을 공급받기 위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품질 관리를 잘하는 신선플러스 농장 수를 80여개에서 130개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생산 농가 기준으로는 1000여개에서 2000여개로 늘어난다.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서비스도 개선했다. 오랜 기간 장보기를 해온 ‘주부 9단’ 사원들로 장보기 도우미(피커)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피커가 물건을 골라주는 피킹 시스템을 구축했다. 홈플러스는 2002년 대형마트 최초로 온라인 사업과 신선식품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규모 물류센터가 아닌 전국 각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공정거래 확립에 주력
홈플러스는 올해 초 성과 반영 연봉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의 근로 의욕과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다. 기존엔 직급이 오르거나 호봉이 높아져야만 연봉이 올랐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졌다. 성과가 뛰어나거나 직무가 확대되면 승진 이전에 연봉이 인상될 수 있도록 했다. 홈플러스는 또 직원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교육제도를 정비했다. 모든 직원이 리더십과 업무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홈플러스 컬리지’ 프로그램을 늘렸다.
조직 문화 측면에선 ‘무관용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갑질을 근절하고 투명한 거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납품 업체들에 공개입찰제도를 도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객과 협력사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