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돼지고기는 6조7700억원 규모로 단일품목 중 쌀을 제치고 생산액 1위에 올랐다. 밥상의 주인공이었던 쌀보다 생산액이 높아진 것은 한돈이 농촌경제 선두 산업으로 도약해 농촌사회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막상 한돈을 귀농아이템으로 선택하는 이는 드물다.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초기투자비용과 까다로운 행정절차라는 벽에 막혀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연 한돈사육은 강철로 된 무지개일까? 이병규 (사)대한한돈협회 회장을 만나 한돈을 통한 성공귀농의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만날 때, 퇴근 후 회식자리에서, 혹은 직장생활이 힘들 때, 다정하게 모여 앉아 삼겹살이나 족발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는 장면은 우리에게 매우 낯익은 일상이다. 화창한 날 캠핑장과 명절 잔치상, 심지어 상가집에서도 한돈은 빠지지 않는다.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주춤한 상황이지만 외국인의 한돈 소비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돈은 수입돼지고기와 구별하는 국산 돼지고기의 총칭이다. 한돈의 가장 큰 장점은 아주 오랫동안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국민먹거리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이병규 대한한돈협회장은 한돈의 현재보다 성장 가능성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이 회장은 “두터운 소비 기반을 바탕으로 한돈의 소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한돈은 농업분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로 농가들의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

일단 진입장벽 넘으면 안정적

우악스런 질문을 던졌다. ‘귀농인의 입장에서 한돈사육이 작목재배보다 좋은 점은 무엇인가?’

“농축산업의 어떤 품목이든 가치가 있고 장점이 있기 때문에 서로 비교한다는 건 맞지 않다.
다만, 두터운 소비층 등 한돈 자체가 지닌 매력이 매우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

비교우위보다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가치가 있다는, 자부심이 묻어난 대답이 돌아 왔다.

하지만 귀농인이 한돈사육에 접근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선 한돈사육은 생명산업이자 장치산업의 특성이 혼재돼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귀농인들에게는 전문성과 초기 투자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특히 새로 축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냄새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지자체에서도 같은 이유로 사육 제한 조례로 농장 건설의 허가를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에는 등록만 하면 농장(사육)을 할 수 있었으나, 허가제로 전환됨에 따라 관련 기준들도 까다롭게 바뀌었다.

그렇다면 초보귀농인에게 한돈농장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일까?

사전조사·교육으로 전문성 확보해야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충분한 교육과 사전 조사 후에 접근해야 한다.”

한돈농장을 운영하려면 철저한 사전조사와 교육 이수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조언이다. 양돈은 생명산업이므로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고, 육체적으로도 고되기 때문에 철저한 무장이 필요하다는 것.

우선 한돈사육을 위해서는 사전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한돈농장 관련 정보와 교육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지역농업기술센터, 대학 등을 통해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장 실무교육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교육기관은 전무 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에 있는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도 축산 전반에 대한 일반적 수순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문적 교육은 지역의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진행된다.

그는 “대한한돈협회는 허가받은 교육기관이므로 귀농희망자나 귀농인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농장을 시작한 후에는 지부(회)의 교육과 모임을 통해 정책동향과 최신정보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양돈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을 경우 협회로 문의하면 관련 정보를 친절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현재 협회는 보다 전문적인 교육 등 후계인력 양성을 위해 경남 하동에 미래창조혁신센터를 추진 중이다.

이 회장은 “2018년 완공 예정인 센터에서 2세 한돈인 등이 저렴한 비용으로 실습도 할 수 있고, 이론 교육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초보귀농인은 위탁사육도 고려해야

일반적으로 축산업은 초기투자비용이 크다. 게다가 최근 한돈농장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모화를 진행 중이다. 평균 2000두 이상을 사육하는 것이 일반화 되고 있는 요즘 추세를 감안하면 초기투자비용이 크다.

실제로 3000두를 키우는 시설을 갖추려면 땅값을 제외한 시설비만 40억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초기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이 회장은 “귀농 후 곧바로 전업규모로 투자할 것이 아니라 우선 부업규모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지역 내에 후계자가 없는 한계농장을 이어받아 500~1000두 수준으로 비육돈만 위탁 사육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방법은 농협이나 지자체의 지원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농협이 한계농장을 인수해 리모델링하고 이를 임대해주고 있으니, 귀농인의 경우 시설을 새로 짓는 대신 임대비를 지불하고 한돈을 사육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직접 사육시설을 건축하려 한다면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정책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이 회장은 “사전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충실히 교육을 받는다면 귀농인도 안정적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투자비용과 인허가, 사육기술 등의 진입장벽이 있지만 일단 진입한다면 농촌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ICT와 숙달된 기술 접목해야

“ICT는 돼지농장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돈사 문을 밤새 열어 둔 것을 모르고 있다가 돼지가 호흡기질병에 걸려 고생하던 건 이제 옛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회장은 최근 축사도 ICT를 접목한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ICT 스마트팜은 축산에서도 효율성과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거니와 오랜 시간 현장에서 몸으로 습득한 기술을 지닌 이들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세세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한돈사육에도 ICT(정보통신기술)의 힘을 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ICT는 돼지농장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농장주들이 게임을 하듯 스마트폰만으로 농장을 제어할 수 있는 시대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농장을 볼 수 있고, 돼지의 사료섭취량과 돈사의 온·습도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돈사 온도가 이상 수준으로 올라가면 바로 제어할 수 있고, 정전이나 화재 시에도 즉각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ICT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지론이다.

이 회장은 “ICT를 활용한 냉방시스템, 출하선별기, 포유모돈 자동급이기 등은 농장의 생산성 향상과 소득 증대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현장에서 숙달한 사양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장비들을 활용할 때 더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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