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 비타민] 연못 속 고래, 국민연금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6조7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국민연금의 결정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우조선 회사채의 29%(3900억원)는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다. 이달 중순께 열릴 사채권자 집회에서 국민연금의 동의가 없으면 지원 방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정작 국민연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주 비타민 커버스토리(4~5면) 주제는 국내 증권시장의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다. 국민의 노후 복지를 위해 운영되는 연금이지만 원래 목적과 달리 이런저런 압력에 시달려 왔다. 일부에선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관투자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견해다. 금융위원회도 작년 말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해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면 기업의 자율성이 훼손되고 기관투자가는 정부 통제 아래 놓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인-대리인’ 문제도 지적한다. 국민연금은 전 국민으로부터 강제로 거둔 노후자금을 운용한다. 주인인 국민 동의 없이 대리인인 국민연금이 마음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한국 증시에서 ‘연못 속 고래’가 됐다. 국민연금이 5% 이상 대량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지난 3월2일 기준 285개로 최근 5년 사이 29% 급증했다. 대기업 주식 상당수는 국민연금 지분율이 너무 높아 더 사기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해외투자나 대체투자를 늘리는 것도 조심스럽다.

국민연금을 공사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 등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것인지가 문제다. 국민연금을 소규모 펀드로 분할하거나 가입자들이 자율적으로 운용사를 선택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비타민은 강조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