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의 질주] 엄마 없을 때 먹던 3분 카레…'식탁 위 주연'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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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간편식 36년 변천사
1981년 오뚜기 '3분 요리' 원조
'햇반' 나오며 식사로 개념 진화
찌개·덮밥 다양한 요리 쏟아져
셰프들과도 협업…식당과 경쟁
식품업계 공장 짓고 대대적 투자
1981년 오뚜기 '3분 요리' 원조
'햇반' 나오며 식사로 개념 진화
찌개·덮밥 다양한 요리 쏟아져
셰프들과도 협업…식당과 경쟁
식품업계 공장 짓고 대대적 투자
‘봉지 그대로/살짝 데워서/뜨거운 밥에/붓기만 하면/맛있는 오뚜기 3분요리~.’
36년 전 TV광고 카피다. 오뚜기는 이 광고로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을 열었다. 지금은 식품, 유통업계의 황금시장이 됐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엄마 없을 때 나 혼자 해먹던 요리’가 이젠 엄마가 해주는 밥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HMR 시장 규모가 2011년 1조1067억원에서 작년 2조3000억원으로 커진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는 3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라면’-‘3분 요리’-‘햇반’-일식까지
HMR은 한 끼 식사다. 데우거나 끓여서 먹을 수 있는 R to C(Ready to Cook)와 살짝 열만 가해 먹을 수 있는 R to H(Ready to Heat), 사서 바로 먹을 수 있는 R to E(Ready to Eat) 등으로 구분한다. 냉동 만두·돈가스는 RTC 대표 제품이다. 탕·찌개 재료 등도 여기에 들어간다. RTH에는 햇반 등 즉석밥과 냉동피자, 3분 요리 같은 즉석식품이 속한다. 반찬류나 포장 김치, 샐러드, 편의점 도시락 등은 RTE다.
식품업계에서는 HMR 1세대로 라면을 꼽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HMR 시장을 연 제품은 1981년 오뚜기의 ‘3분 카레’다. 잠잠하던 시장을 흔든 게임체인저는 1996년 등장했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이다. 햇반은 HMR을 ‘식사’ 개념으로 자리 잡게 했다. 햇반 이전에도 천일식품의 냉동볶음밥, 비락과 빙그레의 밥 제품이 있었다. 반짝 떠올랐다 사라졌다. 햇반은 전자레인지에 2분만 돌리면 갓 지은 것처럼 촉촉한 밥이 됐다. 지금까지 17억개가 팔렸다. 이후 풀무원 CJ 등이 만든 냉장식품이 HMR 대표주자 계보를 이었다. 2013년 등장한 피코크는 시장을 키웠다. 우동 등에 한정돼 있던 메뉴를 홍대앞 초마짬뽕, 일본 3대 우동, 티라미수 등 디저트까지로 넓혔다. HMR의 경쟁 상대는 ‘국내외 줄 서는 맛집’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유통 채널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홈쇼핑과 전용 인터넷 쇼핑몰까지 생겼다. 동원홈푸드 ‘더반찬’과 신세계푸드 ‘올반’ 등 HMR 제품은 최근 홈쇼핑을 통해 팔리기 시작했다.
기술 경쟁 치닫는 HMR 시장
기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978년부터 식품연구소에서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1996년 HMR에 필수적인 첨단 무균포장 기술을 도입했고, 2010년부터는 생산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짓고 있다.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고, 집밥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한식 HMR 상온 기술’ 역량에 집중했다. 기존 상온 제품이 갖고 있던 ‘싸고 맛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남주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은 “소스, 건더기, 육수 등 모든 재료를 함께 포장해 동일한 온도에서 살균하던 방식을 버리고 각각의 재료를 분리 살균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며 “김치찌개는 김치의 아삭한 맛과 두부의 탄력성, 고기의 풍미를 모두 살렸다”고 말했다.
대상 청정원은 ‘휘슬링 쿡’이라는 특허 기술을 갖고 있다. 휘슬링 용기 덮개에 이중 쿠킹 밸브를 부착하는 방식이다. 단시간 내 조리해 열로 인한 손실을 줄이고, 조리가 다 되면 쿠킹밸브에서 ‘삐~~~’ 하는 휘슬 소리가 난다.
동원F&B는 ‘가마솥 공법’을 HMR 브랜드 쎈쿡 시리즈에 적용하고 있다. 가마솥과 비슷한 설비에서 130도 온도와 1.3기압으로 밥을 부드럽게 짓는 공법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먹기 힘든 반찬은 HMR 신메뉴로 떠올랐다. 동원F&B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생선구이 ‘동원간편구이’를, 이마트는 피코크 남원추어탕 등을 판매하고 있다.
‘굴뚝’ 올리는 대기업들
식품업계는 침체됐다고 한다. 하지만 HMR 투자는 늘리고 있다. 동원그룹의 동원홈푸드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HMR 전용공장을 완공해 이달 말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매출 1000억원 규모의 HMR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첨단설비를 갖췄다. 동원은 작년 7월 가정간편식 온라인몰 ‘더반찬’을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리온은 경남 밀양 제대농공단지에 HMR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 완공할 예정이다. 곡물을 이용한 영양식품을 시작으로 HMR을 순차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오리온은 과자회사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푸드도 지난 1월 평택에 HMR 전용공장을 지었다. 김밥, 샐러드, 샌드위치와 각종 면류를 생산하고 있다. 평택 공장 준공으로 HMR 생산능력이 약 50% 늘었다. 본죽 브랜드를 갖고 있는 본아이에프도 전북 익산 식품 클러스터에 부지를 확보하고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HMR 공장을 짓고 있다. 죽, 장조림 등이 주력 제품이다.
김보라/노정동 기자 destinybr@hankyung.com
36년 전 TV광고 카피다. 오뚜기는 이 광고로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을 열었다. 지금은 식품, 유통업계의 황금시장이 됐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엄마 없을 때 나 혼자 해먹던 요리’가 이젠 엄마가 해주는 밥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HMR 시장 규모가 2011년 1조1067억원에서 작년 2조3000억원으로 커진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는 3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라면’-‘3분 요리’-‘햇반’-일식까지
HMR은 한 끼 식사다. 데우거나 끓여서 먹을 수 있는 R to C(Ready to Cook)와 살짝 열만 가해 먹을 수 있는 R to H(Ready to Heat), 사서 바로 먹을 수 있는 R to E(Ready to Eat) 등으로 구분한다. 냉동 만두·돈가스는 RTC 대표 제품이다. 탕·찌개 재료 등도 여기에 들어간다. RTH에는 햇반 등 즉석밥과 냉동피자, 3분 요리 같은 즉석식품이 속한다. 반찬류나 포장 김치, 샐러드, 편의점 도시락 등은 RTE다.
식품업계에서는 HMR 1세대로 라면을 꼽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HMR 시장을 연 제품은 1981년 오뚜기의 ‘3분 카레’다. 잠잠하던 시장을 흔든 게임체인저는 1996년 등장했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이다. 햇반은 HMR을 ‘식사’ 개념으로 자리 잡게 했다. 햇반 이전에도 천일식품의 냉동볶음밥, 비락과 빙그레의 밥 제품이 있었다. 반짝 떠올랐다 사라졌다. 햇반은 전자레인지에 2분만 돌리면 갓 지은 것처럼 촉촉한 밥이 됐다. 지금까지 17억개가 팔렸다. 이후 풀무원 CJ 등이 만든 냉장식품이 HMR 대표주자 계보를 이었다. 2013년 등장한 피코크는 시장을 키웠다. 우동 등에 한정돼 있던 메뉴를 홍대앞 초마짬뽕, 일본 3대 우동, 티라미수 등 디저트까지로 넓혔다. HMR의 경쟁 상대는 ‘국내외 줄 서는 맛집’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유통 채널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홈쇼핑과 전용 인터넷 쇼핑몰까지 생겼다. 동원홈푸드 ‘더반찬’과 신세계푸드 ‘올반’ 등 HMR 제품은 최근 홈쇼핑을 통해 팔리기 시작했다.
기술 경쟁 치닫는 HMR 시장
기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978년부터 식품연구소에서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1996년 HMR에 필수적인 첨단 무균포장 기술을 도입했고, 2010년부터는 생산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짓고 있다.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고, 집밥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한식 HMR 상온 기술’ 역량에 집중했다. 기존 상온 제품이 갖고 있던 ‘싸고 맛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남주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은 “소스, 건더기, 육수 등 모든 재료를 함께 포장해 동일한 온도에서 살균하던 방식을 버리고 각각의 재료를 분리 살균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며 “김치찌개는 김치의 아삭한 맛과 두부의 탄력성, 고기의 풍미를 모두 살렸다”고 말했다.
대상 청정원은 ‘휘슬링 쿡’이라는 특허 기술을 갖고 있다. 휘슬링 용기 덮개에 이중 쿠킹 밸브를 부착하는 방식이다. 단시간 내 조리해 열로 인한 손실을 줄이고, 조리가 다 되면 쿠킹밸브에서 ‘삐~~~’ 하는 휘슬 소리가 난다.
동원F&B는 ‘가마솥 공법’을 HMR 브랜드 쎈쿡 시리즈에 적용하고 있다. 가마솥과 비슷한 설비에서 130도 온도와 1.3기압으로 밥을 부드럽게 짓는 공법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먹기 힘든 반찬은 HMR 신메뉴로 떠올랐다. 동원F&B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생선구이 ‘동원간편구이’를, 이마트는 피코크 남원추어탕 등을 판매하고 있다.
‘굴뚝’ 올리는 대기업들
식품업계는 침체됐다고 한다. 하지만 HMR 투자는 늘리고 있다. 동원그룹의 동원홈푸드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HMR 전용공장을 완공해 이달 말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매출 1000억원 규모의 HMR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첨단설비를 갖췄다. 동원은 작년 7월 가정간편식 온라인몰 ‘더반찬’을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리온은 경남 밀양 제대농공단지에 HMR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 완공할 예정이다. 곡물을 이용한 영양식품을 시작으로 HMR을 순차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오리온은 과자회사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푸드도 지난 1월 평택에 HMR 전용공장을 지었다. 김밥, 샐러드, 샌드위치와 각종 면류를 생산하고 있다. 평택 공장 준공으로 HMR 생산능력이 약 50% 늘었다. 본죽 브랜드를 갖고 있는 본아이에프도 전북 익산 식품 클러스터에 부지를 확보하고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HMR 공장을 짓고 있다. 죽, 장조림 등이 주력 제품이다.
김보라/노정동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