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 엘리베이터에 화장대 놓은 이유
지난달 31일 서울 방배동 CJ오쇼핑 사옥 엘리베이터에서 사원들이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CJ오쇼핑 자체상표(PB)인 셉(SEP)이 새로 개발한 ‘립스틱X’와 ‘립틴트X’였다.

이날 셉은 엘리베이터 안에 총 30가지 색상 립스틱을 발라볼 수 있는 작은 화장대(사진)를 마련했다.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기 전 직원들에게 먼저 소개하자는 취지였다. 오후 1~4시에는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엘리베이터에 타 직원들에게 립스틱을 발라줬다. 직원들은 이벤트가 재밌다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게시물을 올렸다. 이날 SNS에는 엘리베이터에서 립스틱을 발라본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홍보글이 50여개 올라왔다.

경영용어로 말하면 ‘도그 푸딩(dog fooding)’에 해당한다. 공개판매를 하기 전 기업 구성원이 자사 제품을 먼저 사용해보는 것이다. ‘자기 개밥은 자기가 먹어라(eat your own dogfood)’는 말에서 유래했다. 1970년대 론 그린 알포 회장이 자신의 반려견에게도 알포 사료를 먹인다고 말한 것이 도그 푸딩의 시초로 불린다. 구글은 도그 푸딩으로 사내에 먼저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내 구성원의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고, 외부 소비자에게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사원들이 직접 신제품에 대한 내용을 SNS에 올리면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셉에서는 브랜드매니저 회의에서 신제품을 사내에 먼저 알려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옥에 화장대를 놓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엘리베이터는 사원들이 ‘뻘쭘’한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다. 한 브랜드매니저(BM)가 이곳에 립스틱을 들여놓자고 했다. 성일레인 셉 BM은 “엘리베이터에 립스틱 체험 화장대를 꾸며놓으면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사내 홍보에서는 특히 레드계열 색상이 잘 나왔다는 의견이 많았다. 셉은 이튿날인 이달 1일 올리브영 명동중앙점 등 올리브영 5개 점포에서 립스틱 홍보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서는 직원 반응이 좋았던 레드 계열 색상 제품을 집중 홍보했다. 이날 행사를 열었던 올리브영 5개 점포에서만 셉 립스틱 105개가 팔렸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지금까지 열린 립스틱 홍보행사 중 가장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