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석달만에 41.42% 급증…공매도 출회 주의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빌려 거래하고 남은 '대차거래' 잔고가 역대 최고치를 유지해 공매도 물량 출회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 시행으로 공매도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으나 여전히 잠재 물량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차거래 잔고는 7일 기준 68조2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2일의 48조1천31억원과 비교해 석 달 만에 41.42% 증가한 수치다.

대차거래 잔고는 지난달 초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서고선 같은 달 24일 68조3천93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차거래란 주식을 빌려주는 거래다.

대차거래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이다.

공매도는 앞으로 주가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측하고 미리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실제 내려간 뒤에 싼값에 되사서 갚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 기법이다.

올 초부터 7일까지 대차거래가 많은 종목을 보면 체결 주식 수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선 두산인프라코어가 1위에 올랐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대차거래는 올해 3억97만주로 집계됐다.

이 중 2억4천793만주가 상환돼 7천159만주(7천137억원어치)가 대차잔고로 남아 있다.

금액 기준으로는 삼성전자(8조2천834억원), SK하이닉스(2조8천665억원), NAVER(1조6천365억원), 하나금융지주(1조2527억원) 등 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포진돼 있다.

코스닥시장에선 대장주 셀트리온의 대차거래 체결 주식 수가 올해 3천122만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2천195만주가 상환됐고 3천191만주(2조8천748억원)가 남았다.

잔액 기준으로도 셀트리온은 2조8천748억원으로 최대 수준이며 카카오(8천533억원), 로엔(2천883억원), 바이로메드(2천431억원) 등 순이다.

그러나 이처럼 주식을 빌려서 거래하고 남은 대차거래 잔고는 통상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증시 참여자들은 통상 대차거래 잔고가 늘어나면 잠재적으로 공매도 대기 물량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공매도 기관 세력이 코스피가 고점에 도달했다고 보고 앞으로 주가 하락에 대비해 대차거래 잔고를 늘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물량은 주가연계증권(ETF) 거래 설정 등의 용도로 쓰이는 만큼 대차거래 잔고가 증가했다고 해서 모든 물량이 공매도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차잔고는 기본적으로 공매도로 이어질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물량"이라며 "다만, ETF 거래 설정 등 다른 사유로 잔고가 늘었다면 물량 증가 자체를 놓고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7일부터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를 시행해 기승을 부리던 공매도는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정제 시행 이후 2주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건은 없었다.

3천629억원이던 하루평균 공매도 거래대금도 지정제 시행 2주간 3천185억원으로 12.2% 감소했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