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국가들을 상대로 무역역조 시정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한국 인도 대만 등 주요 국가의 대미 무역흑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전쟁을 우려해 대미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데 경쟁적으로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다.

10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인 2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499억5000만달러로 작년 2월(543억4000만달러) 대비 8.1% 축소됐다.

미국의 주요 교역국 가운데 올 들어 대미 상품수지 무역흑자가 많이 줄어든 곳은 한국 인도 대만 중국 등이다. 이 가운데 한국과 대만, 중국은 지난해 10월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으로 지목한 6개국에 들어 있다.

한국의 1~2월 대미 상품수지 무역흑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12억9000만달러) 줄었다.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69억달러로 전년 동기(63억달러)보다 늘고, 미국으로의 수출은 108억달러로 전년 동기(115억달러)보다 감소했다.

인도의 대미 무역흑자는 같은 기간 16%(6억8000만달러), 대만은 12%(2억7000만달러), 중국은 5%(27억8000만달러) 줄었다. 중국은 미국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린 게 무역흑자 감소로 이어졌다.

대미 무역흑자가 늘어난 국가도 많았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2.9%(2억7000만달러) 늘었고,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묶인 멕시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타깃임에도 무역흑자가 4.4%(4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베트남은 5%(2억7000만달러) 늘었다.

대미 무역흑자 순위도 바뀌었다. 올 들어 2월까지 대미 무역흑자는 중국 일본 멕시코 독일 아일랜드 베트남 캐나다 이탈리아 한국 인도 순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한국은 순위가 6위에서 3계단, 베트남은 5위에서 1계단, 인도는 8위에서 2계단 내려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