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때문에 저축성보험 못 팔아 영업 위축
초회보험료란 보험계약자들이 내는 첫 보험료를 뜻한다. 신규 계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당 보험사의 영업력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생명보험회사들의 초회보험료는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생명보험사 초회보험료는 지난해 1분기 4조2000억원 규모에서 4분기엔 1조8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지난해 2분기 15.8%, 3분기 16.3%에 이어 4분기엔 43%나 줄었다. 올 1월에도 8674억원으로 2016년 1월 1조1478억원보다 24.4% 줄었다.
이처럼 초회보험료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대형 생명보험사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2016년 4분기 기준으로 한화생명은 전년 대비 81% 감소했고 교보생명은 39.3% 줄었다. 삼성생명도 17.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성상품 판매 위축 영향
생명보험사들의 영업이 이처럼 위축되고 있는 것은 생명보험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 가구 가입률은 85% 수준이다. 손해보험 가입률까지 감안하면 전체 가구의 보험가입률은 95%를 넘는다.
연금보험, 양로보험 등 저축성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 없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IFRS17을 도입했을 때 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덜 잡히는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 소비자들이 여전히 저축성보험을 선호하기 때문에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영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축성보험은 기존 생명보험사의 연간 수입보험료에서 55%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규 계약 기준으로는 30~40% 수준이다.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혜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달부터 저축성보험의 이자소득세 비과세 범위가 일시납의 경우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었다. 월 적립식의 비과세 한도도 월 150만원으로 새로 설정됐다.
생명보험사의 영업 위축으로 영업 현장에선 설계사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인들에게 보험을 판매한 뒤 보험료를 지원해 주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의 영업지점장은 “소비자들로선 저축성보험에 가입해야 할 이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데 영업 압박은 여전하다”며 “이 같은 실적 압박이 불완전 판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