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낸 LG이노텍의 LED(발광다이오드) 사업이 올해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 정부 규제와 중국 업체의 추격, 막대한 감가상각비 부담을 뚫고 이룬 성과다.
6년 적자 LED, 기어코 살려낸 LG이노텍의 '뚝심'
◆사업 시작부터 쏟아진 악재

LG이노텍은 2010년 1조원을 들여 경기 파주에 세계 최대 LED 공장을 지었다. 시련은 이듬해부터 찾아왔다. 정부 동반성장위원회가 조명용 LED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묶은 것이다. 2015년 11월까지 약 4년간 국내에선 단 한 개의 조명용 LED도 팔 수 없었다. 한국 시장에서 실적을 쌓지 못하니 수출길도 막혔다. 설상가상으로 LED TV에 들어가는 백라이트유닛(BLU) LED 수익성도 빠르게 악화됐다. LED의 성능 개선으로 TV 하나당 100~150개 들어가던 LED 전구 숫자가 40~60개로 줄었기 때문이다.

2015년 말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되며 LED 조명 시장에 복귀했지만 이미 시장은 오스람과 GE라이팅 등 외국 기업들이 장악한 후였다. 그동안 기술력을 쌓은 중국 업체들도 저가 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 매년 2000억원의 감가상각비마저 손실로 잡혔다. 시장에는 틈만 나면 LG이노텍이 LED 사업을 접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근본 체질 바꿔 어려움 극복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도 LG이노텍은 LED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중국 업체들이 만들지 못하는 고품질 LED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5년 말부터 LG이노텍을 이끈 박종석 사장은 하이파워 LED와 UV LED(사진), 차량용 LED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기술장벽이 높아 중국 제품의 공세를 방어하기에 유리한 제품이다.

하이파워 LED는 태양처럼 밝은 빛을 균일하게 내면서도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조명장치다. 스포츠 경기장과 도로, 공장 등에 사용된다. LG이노텍의 하이파워 LED는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점프와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등 설상 3종 경기가 열리는 야외 경기장에 설치된다. 일본과 유럽 등에서도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LG그룹 차원에서 힘을 쏟고 있는 자동차 부품 영역에서도 LED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LG이노텍의 차량용 LED는 크라이슬러 등 미국 및 중국 완성차 업체들에 납품되고 있다. UV LED는 LG이노텍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분야다. LED 광원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흐르는 물과 공기 속 세균을 없앨 수 있다. LG전자는 정수기 ‘퓨리케어’ 신제품의 물 나오는 꼭지에 이 부품을 붙였다.

신제품 비중이 높아지며 수익성 낮은 BLU 비중은 2010년 98%에서 지난해 51%까지 떨어졌다. 남는 인력을 자동차용 LED 등으로 전환배치하는 구조개편도 했다. 파주 공장의 감가상각 비용 반영은 지난해 끝났다. 중국 LED 업체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며 저가공세도 약해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LED 제품군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LG이노텍의 LED 사업은 올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LED 사업부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LED의 미래는 우리 하기 나름’이라고 다독였다”며 “해 왔던 방식을 완전히 탈피해 문제를 본질부터 해결해 가며 LED 사업의 경쟁력을 꾸준히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