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내 의료기관들은 대한병원협회로부터 한 통의 공문을 받았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묻는 공문이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의료기관들은 병원 안에 홍보용 현수막을 붙이거나 전자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도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신문 잡지 등 기존 사전심의 매체에 인터넷 인쇄물 간판 등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병원에서 운영하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도 심의 대상이 된다. 병원에 상장 감사장 등도 마음대로 붙일 수 없게 된다. 개정안은 국가에서 인증받은 수상 내역만 병원에 게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받은 국제의료기관평가기구(JCI) 국제인증도 표기할 수 없다”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틈타 규제 법안만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료업계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의료기관 투자를 막는 의료법 등이 관련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데다 국회와 정부 모두 규제를 늘리는 데 골몰하고 있어서다.

의사 출신인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무분별한 병원 광고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병원 정보가 제한되면 환자들은 병원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의사단체 수익을 보전해 주기 위한 법 개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심의를 담당하는 대한의사협회의 관련 사업 수익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돼 심의 대상이 확대되면 심의 기구인 의사단체 수익이 늘어날 수 있다.

이익단체의 몽니에 막혀 풀지 못하는 의료 현안도 많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금지한 의료법은 의사 단체 반대에 부딪혀 시범사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약품 택배 배송은 약사들 반대에 막혀 있다. 유전자 치료, 배아 연구 등의 걸림돌이 되는 생명윤리법은 종교 단체 반대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