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사이에서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00년 17.5%에서 2005년 27%, 2015년에는 37.8%로 가파르게 올랐다. 작년엔 처음으로 40%를 넘겼다. 청년실업률도 지난해 9.8%, 올해 2월에는 역대 최고인 12.3%를 기록했다. 국가 현안을 관리하고 대처해 나가야 할 행정부 권력은 공백 상태다.
덕수궁 전통 궁궐 사이에 근대식 건축물로 어색하게 자리 잡은 석조전은 사실 대한제국의 홀로서기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근대 건축과 그 안에 담은 근대 문물은 세계 열강의 도움 없이 스스로 근대화를 이뤄 나갈 수 있다는 항변이었다. 그러나 석조전에 담긴 대한제국의 염원은 이뤄지지 못했다. 석조전은 이따금 귀국한 영친왕의 임시 거처로만 사용됐다.
모두 의미 없는 것은 아니었다. 111년 전 고종황제와 순헌황귀비는 황실 재산과 토지를 하사해 숙명의 전신인 명신여학교를 세웠다. 황실 재산을 압류하려는 일제에 맞서, 재산을 여성 교육을 통한 구국애족(救國愛族)에 쓰기로 한 것이다. 그 염원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숙명여대에서 꽃피우고 있다.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는 당장 눈앞에 드러나지 않기에 더 큰 힘을 갖는다.
당시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여성에 대한 교육을 대한제국 황실이 나서서 시작한 것은 그야말로 파격이고 혁신이었다. 그 시대 여성은 황실 양민 천민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집단에서 가장 약자였다.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선 새로운 가치와 시도가 필요했다. 1906년의 여성 교육이 바로 그것이었다.
교육은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가치 있는 투자다. 오늘의 진리를 바탕으로 내일의 진리, 현재 세대가 상상하지 못하는 희망찬 미래 사회를 추구한다. 교육은 사회의 가장 소외된 집단을 향할 때 가장 밝게 빛난다.
다음 세대가 더 풍요로운 세상을 맞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사명이다. 교육은 그 사명을 실천하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교육은 가장 위대하고 혁신적인 행위다. 1906년 대한제국 황실은 여성교육을 통한 구국과 근대화를 꿈꾸었다. 2017년의 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한 교육을 꿈꿀 것인가.
강정애 < 숙명여대 총장 kangjap@sm.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