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도시바 반도체에 '31조원 베팅'…판 키우는 궈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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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브로드컴보다 10조원 더 써내
낸드기술 중국 유출 우려한 일본도 "가격 매력적"
일부선 '절친' 훙하이·SK 협력가능성도 제기
낸드기술 중국 유출 우려한 일본도 "가격 매력적"
일부선 '절친' 훙하이·SK 협력가능성도 제기
궈타이밍 대만 훙하이그룹 회장(사진)이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 예비입찰에서 3조엔(약 31조원)을 써냈다고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애플 아이폰 등을 위탁생산하며 훙하이정밀(폭스콘)을 대만 최대 기업으로 키운 궈 회장은 지난해 일본 샤프를 인수한 데 이어 도시바 반도체사업까지 인수하기 위해 대담한 베팅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자금력이 악화된 도시바 대신 훙하이가 도시바의 반도체사업을 손에 넣으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계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과감한 베팅 성공할까
WSJ에 따르면 궈 회장이 써낸 3조엔은 도시바에서 분사돼 매각될 도시바 반도체(지분 100% 기준)의 예상 가격 1조5000억~2조엔의 1.5~2배에 달한다. 궈 회장은 지난달 1일 기자들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 의사를 묻자 “한다. 진심이다”라며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WSJ는 훙하이에 이어 2위 입찰자가 제시한 가격은 2조엔 정도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SK하이닉스와 미국 브로드컴이 2조엔 수준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궈 회장의 통 큰 베팅은 인수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기술 유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전략산업인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것을 우려해 일본 기업이나 미국·일본 컨소시엄이 인수하길 희망하고 있다. 훙하이는 대만 회사지만 생산기지 대부분이 중국에 있다.
WSJ는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된 도시바가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훙하이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지난달 “가격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훙하이는 지난해 샤프를 3888억엔에 인수할 때도 비슷한 전략을 썼다. 경쟁자를 따돌릴 만큼 높은 입찰가를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우발부채가 있다’며 값을 깎았다. 지난해 말 기준 13조원의 잉여현금을 보유한 훙하이는 이날 지난해 4~12월 5763억엔(약 6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한 도시바와 달리 자금력이 막강하다.
최근 낸드플래시가 평면에서 3차원(3D)으로 전환되면서 삼성전자가 수십조원을 퍼붓는 등 반도체업계는 낸드플래시에 막대한 투자를 해 왔다. 도시바는 평면 낸드플래시에선 원조 업체로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지만, 3D 낸드플래시 개발은 삼성 등에 뒤처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분식 스캔들, 원전사업 손실 등이 이어지며 제대로 투자하지 못했다.
인수 성공시 한국 업체 타격
이런 도시바를 대신해 훙하이가 시장에 진입해 공격적 투자에 나설 경우 4개 업체가 과점해 온 낸드플래시 시장은 2012년 엘피다 파산 이후 다시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장강메모리도 수십조원 투자에 나섰으며, 인텔도 새로 시장에 진입한 터라 가능성은 더욱 높다.
반도체사업 경험과 노하우가 없는 훙하이가 SK하이닉스와 협력할 가능성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훙하이는 2014년 SK C&C 지분 매입을 시작으로 SK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일 72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는 등 최근 낸드플래시에서 선도적 기술력을 갖춰 가고 있다.
이번 입찰에 훙하이와 별도로 응찰한 SK하이닉스는 일본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기술유출 우려를 의식해 지분도 최고 20%만 갖겠다는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버레이크 등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인수전 참여를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은 단독 인수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상은/김현석 기자 selee@hankyung.com
애플 아이폰 등을 위탁생산하며 훙하이정밀(폭스콘)을 대만 최대 기업으로 키운 궈 회장은 지난해 일본 샤프를 인수한 데 이어 도시바 반도체사업까지 인수하기 위해 대담한 베팅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자금력이 악화된 도시바 대신 훙하이가 도시바의 반도체사업을 손에 넣으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계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과감한 베팅 성공할까
WSJ에 따르면 궈 회장이 써낸 3조엔은 도시바에서 분사돼 매각될 도시바 반도체(지분 100% 기준)의 예상 가격 1조5000억~2조엔의 1.5~2배에 달한다. 궈 회장은 지난달 1일 기자들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 의사를 묻자 “한다. 진심이다”라며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WSJ는 훙하이에 이어 2위 입찰자가 제시한 가격은 2조엔 정도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SK하이닉스와 미국 브로드컴이 2조엔 수준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궈 회장의 통 큰 베팅은 인수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기술 유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전략산업인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것을 우려해 일본 기업이나 미국·일본 컨소시엄이 인수하길 희망하고 있다. 훙하이는 대만 회사지만 생산기지 대부분이 중국에 있다.
WSJ는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된 도시바가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훙하이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지난달 “가격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훙하이는 지난해 샤프를 3888억엔에 인수할 때도 비슷한 전략을 썼다. 경쟁자를 따돌릴 만큼 높은 입찰가를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우발부채가 있다’며 값을 깎았다. 지난해 말 기준 13조원의 잉여현금을 보유한 훙하이는 이날 지난해 4~12월 5763억엔(약 6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한 도시바와 달리 자금력이 막강하다.
최근 낸드플래시가 평면에서 3차원(3D)으로 전환되면서 삼성전자가 수십조원을 퍼붓는 등 반도체업계는 낸드플래시에 막대한 투자를 해 왔다. 도시바는 평면 낸드플래시에선 원조 업체로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지만, 3D 낸드플래시 개발은 삼성 등에 뒤처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분식 스캔들, 원전사업 손실 등이 이어지며 제대로 투자하지 못했다.
인수 성공시 한국 업체 타격
이런 도시바를 대신해 훙하이가 시장에 진입해 공격적 투자에 나설 경우 4개 업체가 과점해 온 낸드플래시 시장은 2012년 엘피다 파산 이후 다시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장강메모리도 수십조원 투자에 나섰으며, 인텔도 새로 시장에 진입한 터라 가능성은 더욱 높다.
반도체사업 경험과 노하우가 없는 훙하이가 SK하이닉스와 협력할 가능성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훙하이는 2014년 SK C&C 지분 매입을 시작으로 SK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일 72단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는 등 최근 낸드플래시에서 선도적 기술력을 갖춰 가고 있다.
이번 입찰에 훙하이와 별도로 응찰한 SK하이닉스는 일본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기술유출 우려를 의식해 지분도 최고 20%만 갖겠다는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버레이크 등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인수전 참여를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은 단독 인수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상은/김현석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