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OLED TV A1E 시리즈/사진=이진욱 기자
소니의 OLED TV A1E 시리즈/사진=이진욱 기자
[이진욱 기자] 일본 소니만의 기술을 품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시장에 나왔다. OLED TV 시장을 지배하는 LG전자에 가전제품의 전통적인 강자로 꼽히는 소니가 도전장을 낸 셈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니는 이달부터 베스트바이, 아마존을 통해 '브라비아 OLED A1E 시리즈' 판매를 시작했다. A1E 시리즈는 55, 65, 77인치 3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소니는 5조원대의 손실과 내부 불협화음을 버티며 가전명가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실제 2010년대 들어 TV부문에서 흑자전환을 이뤘다. 당시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때문에 OLED TV 시장 진출을 두고 '소니 부활'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소니의 OLED TV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다른 회사의 OLED TV와 기술적인 차별점에 주목하고 있다.

◆소니만의 DNA 담긴 'X1 익스트림 프로세서'

필립 존스 소니 미국법인 TV사업본부장/사진=이진욱 기자
필립 존스 소니 미국법인 TV사업본부장/사진=이진욱 기자
전문가들은 소니 OLED TV의 가장 큰 차별성으로 ‘X1 익스트림 프로세서'를 꼽는다. 이 프로세서는 HDR(high dynamic range)칩으로 OLED TV의 두뇌 역할을 한다.

HDR이란 명암을 세밀하게 분석해 사람의 눈과 유사하게 자연스러운 영상을 보여주는 기술이다. 소니가 이 기술을 집약해 만든 것이 바로 X1 익스트림 프로세서다.

지난 1월 'CES 2017'에서 기자와 만난 필립 존스 소니 TV사업본부장은 "소니의 OLED TV는 LG전자 OELD TV와 두뇌부터 다르다"며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술인 HDR을 OLED 패널에 접목시켜 최고의 화질을 구현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X1 익스트림 프로세서는 3가지 화질개선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사물의 색상과 명암을 개별 보정해주는 HDR리마스터(HDR remaster) ▲색상의 그러데이션(화면의 농담도)을 부드럽게 바꿔주는 수퍼빗맵핑(Super Bit Mapping) ▲화면 노이즈를 줄이는 듀얼 데이터 프로세싱(Dual Database Processing) 기술 등이다.

실제로 소니는 오래전부터 HDR에 대한 기술개발에 주력해 다양한 제품에 적용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 PRO' 등 대다수의 제품에 HDR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HDR이 지난해부터 각광받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한발 빠른 행보였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OLED TV 시장 연착륙 가능성 '긍정적'

A1E 시리즈는 두뇌 뿐만 아니라 외관도 소니만의 특징이 묻어난다. 스피커 없이 화면이 스스로 소리는 내는 기술인 ‘어쿠어스틱 서피스' 덕분이다. 이 기술로 스피커가 차지하는 공간이 없어졌다. 소리는 풍부하면서도 공간이 여유있다보니 쾌적한 TV 시청 환경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TV가 스피커 없이 소리를 내는 기술은 예전에도 있었다고 지적하지만, 소니 측은 이를 정면 반박하고 있다. 필립 존스 본부장은 ""어쿠어스틱 서피스는 우리가 10년 전부터 개발해 특허를 보유한 소니만의 기술"이라며 "CES2017에서 선보였던 사운드 글래스 스피커가 이 기술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소니 A1E 시리즈 65인치 모델은 5500달러, 55인치는 4000달러에 판매된다.
소니 A1E 시리즈 65인치 모델은 5500달러, 55인치는 4000달러에 판매된다.
소니는 가격 책정에도 신경을 쓴 모습이다. 소니 A1E 시리즈 65인치 모델은 5500달러, 55인치 4000달러다. 65인치의 경우 LG전자의 OLED TV 최상위 모델인 G7 65인치(7000달러)보다 1500달러가량 싸고 최하위 모델인 B6(3500달러)보다는 2000달러 비싸다. 가격적 충돌을 최소화했다는 노력이 엿보인다.

업계에선 소니의 OLED TV가 시장에 연착륙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소니의 프리미엄 TV 브랜드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프리미엄 TV 점유율 2위인 소니가 OLED TV 시장에 뛰어든 이상 경쟁사들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TV업계 한 관계자는 "소니의 OLED TV 시장 진출은 중국 TV 업체들의 출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전통적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고 있는 소니 제품이 성공한다면 TV명가 소니의 부활도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니는 향후 A1E 시리즈를 전면에 내세워 미국, 유럽, 중국 등의 소매시장에 순차적으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