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재비스 컨벤션 센터에서 만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첫 마디는 “많이 팔아야죠”였다.

이날 개막된 뉴욕 오토쇼를 직접 참관하기위해 전시장을 찾은 정 부회장은 오전 10시부터 2시간 넘게 전시장 곳곳을 누볐다. 재킷을 걸쳤지만 캐주얼한 셔츠에 운동화를 신고 전 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이 내놓은 신차 사이를 돌아다녔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만 대동했을 뿐 다른 임직원들은 부회장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정 부회장은 도요타 프리우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에 직접 앉아보기도 하고, 벤츠의 럭셔리 세단을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다. 포드가 만든 정통 스포츠가 GT모델에도 관심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15분에 열린 현대차의 발표회장에는 제일 앞줄에 앉아 프리젠테이션(PT)을 직접 챙겨보기도 했다(사진). 직접 스마트폰으로 PT 광경을 찍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발표회가 끝난 뒤 “이번에 소나타 디자인이 새로 바뀌었으니 많이 팔아야죠”라며 기자에게 말했다. 전시장을 둘러본 소감을 묻자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나온 차들이 많지만, 뉴욕은 지역과 시장이 달라 (새 차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미국 방문은 올들어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미국의 시장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로스앤젤레스(LA)의 미국판매법인(HMA)을 찾아 업무보고를 받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현장에서 ‘상반기 목표를 달성해봅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이 줄어드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하자는 독려 차원이었다”며 “임직원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전날 앨라매마 공장을 방문해 생산현장도 점검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줄어든 6만9265대에 그치자 이달 들어 할인폭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판촉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 등 경쟁차종들이 곧바로 할인 프로모션에 들어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꺾이면서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은 비상이 걸렸다. 최대 격전지인 중 하나인 미국에서 승기를 잡아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뉴욕 오토쇼를 참관했다. 올해처럼 언론을 상대로 한 사전발표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일반인이 참관하는 일정에 맞춰 전시장을 방문했다. 실제 미국인들이 현대차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현대차 측은 “정 부회장이 1년에 서너번은 미국을 방문해 시장을 챙겨본다”며 “대개 수행원 없이 혼자서 움직이고 최소한의 의전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HMA 관계자는 “부회장이 직접 시장과 고객들의 반응을 챙겨보기 때문에 아무래도 임직원들은 경각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19일 중국을 방문, 상하이모터쇼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 회복을 위해 상하이모터쇼에서 현지 전략 모델인 소형 SUV 등 신차 4종을 선보인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