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석 전문대학커리어패스협의회장은 유능한 젊은이가 더 많은 중소기업에 입사해 이들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박홍석 전문대학커리어패스협의회장은 유능한 젊은이가 더 많은 중소기업에 입사해 이들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독일의 제조업 경쟁력은 세계 최강이다. 벤츠 BMW 지멘스 보쉬 바스프 등 대기업은 물론 히든챔피언(글로벌 강소기업)도 마찬가지다.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전 세계 히든챔피언 중 절반가량이 독일에 포진해 있다”며 “이들의 경쟁력은 ‘전문화된 기술력’과 ‘글로벌화’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기술력의 밑바탕에는 탄탄한 기능인력이 자리잡고 있다. 주축은 실업계고 졸업자들이다.

반면 한국의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인다. 특히 대졸자는 중소기업 취업을 꺼린다. 청년 실업자가 늘어도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린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박홍석 인덕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59)는 8년 전 이 문제를 풀겠다며 ‘전문대학커리어패스협의회’를 출범시켰다. 회장을 맡아 뜻있는 전문대학 관계자들과 졸업생을 중소기업 기술인력으로 보내는 데 힘썼다. 최근 4년 동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의 취업률은 72%에 달했다. 취업 숫자로는 1200명이 넘는다. 인력난과 취업난이라는 미스매치 해결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박홍석 회장을 만나봤다. 그는 이 문제 해결을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으로 생각하며 뛰고 있었다.

◆기업과 학생 간 매칭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BIZ Success Story] "전문대 인재·중기 '취업 매칭'…글로벌 '히든챔피언' 육성 힘 보탤 것"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일자리 미스매치입니다.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엔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생산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돌아가질 않습니다. 이런 현상은 한두 해 된 게 아닙니다. 한번 전문대가 나서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전문대 재학생 중 기계·전기·전자·컴퓨터 공학 등을 전공한 학생을 중소기업으로 보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엔 당연히 떨떠름하게 생각했지요. 대기업만 바라보고 있었으니까요. 중소기업 가운데 건실하고 유망한 기업을 찾아 이들에게 정확히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학생들은 중소기업에 대해 잘 모릅니다. 현장을 가본 적도 거의 없으면서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월급이 적고 복리후생도 떨어지니 거부감을 갖는 게 당연하겠지요. 그렇다고 바늘구멍만 한 대기업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지 않습니까. 중소기업 중에는 뜻밖에도 좋은 기업이 많습니다. 대기업은 입사 후 몇 년 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만 중소기업은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업무를 익힐 수도 있습니다. ”

◆어떻게 중소기업을 선정해 학생들에게 알렸습니까.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손을 잡았습니다. 중진공은 전국 중소기업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이 기관을 통해 추천받는 기업을 학생에게 소개하고 방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중소기업 인식개선’ 사업이지요. 학생들의 생각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인식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고맙게도 신한은행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 프로젝트에 관한 예산을 지원해줬습니다.”

◆이런 취지에 동감하는 전문대가 많던가요.

“현재 13개 대학이 함께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서 두원공대 명지전문대 인덕대 동양미래대 인하공업전문대, 중부 및 강원권에서 한림성심대 충청대 대전보건대, 영남권의 울산과학대 영진전문대 동의과학대, 호남권의 전주비전대 동강대 등입니다. 결성 후 몇 년이 지나면서 협의회 가입을 원하는 전문대가 많았지만 본연의 취지와는 달리 부수적인 것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있어 회원의 만장일치로 엄격하게 가입과 탈퇴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자리 매칭에는 비회원대학도 많이 참여합니다. 매년 25~30개 대학이 참여합니다. 작년에 일자리 매칭에 참여한 35개 대학 중 절반에 가까운 16개 대학이 4년제 대학입니다. 여기엔 문호를 개방해 가급적 많은 대학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회원을 4년제 일반 대학으로 확대할 계획이 있는지요.

“현재 커리어패스협의회에는 회원대학 이외에 비회원대(일종의 옵서버) 18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비회원대학 중에는 4년제 대학이 4개 있습니다. 우선 협의회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점차 4년제 일반 대학과도 함께 운용할 예정입니다.”

◆학생들을 중소기업에 보내려면 중소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육성해야 할 텐데요.

“맞습니다. 회원 대학은 적어도 1년 전에 중소기업 취업희망자 신청을 받아 이들에게 중소기업 취업 시 해야 할 일, 직장인으로서의 소양 등을 교육합니다. 인덕대의 예를 들어보면 우리는 많게는 한번에 100명을 모아 160시간 정도 교육합니다. 엑셀과 파워포인트 교육도 시킵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5일 정도 합숙하면서 40시간 동안 직무교육을 받도록 합니다. 조직 구성원의 자세,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의 해결방법, 모의경영게임 등을 배우게 됩니다.”

◆기업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중소기업을 충분히 이해한데다 관련 직무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직장에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계 전기 전자 컴퓨터 등 공대생이어서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인 기술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긍정적입니다. 최근 4년 동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중 72%인 1200여명이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이 기간 구인에 나선 중소기업도 1000개가 넘고요. ”

◆‘4차 산업혁명’시대엔 융복합인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습니다만.

“맞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합니다. 대기업에선 대개 정해진 일만 수행하게 되지만 중소기업에선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업무를 해야 합니다. 자연스레 멀티플레이어로 자라게 됩니다. 중소기업은 조직이 작아 민첩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은 중소기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과감하게 중소기업에 도전해 회사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

◆향후 협의회 운영계획은.

“연간 매칭인원을 3500여명으로 끌어올릴 생각입니다. 이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 부족인력 중 최소 10% 정도의 인재를 중소기업과 매칭해 청년실업 해소와 산업의 근간을 튼튼히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버는 중소기업이 전국 방방곡곡에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기업이 돈을 벌어야 투자도 하고, 임금도 올려줄 수 있겠지요. 자연스레 좋은 일자리도 늘어날 겁니다. 튼튼한 지역경제를 위해서는 지역대학과 지역기업 간의 다양한 산학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합니다. 이를 위해 유관기관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박홍석 교수 약력

△1958년생
△한양대 산업공학과 졸업·동대학원 산업공학과 석·박사
△인덕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1986.03~ )
△전문대커리어패스협의회장(2009년~ )
△한국소공인학회장(2014.04~ )
△인덕대 산학협력단장(2017.01~ )
△한국산학연협회장(2017.02~ )

전문대학커리어패스協 회원대학

수도권-두원공대 명지전문대 인덕대 동양미래대 인하공업전문대
중부 및 강원권-한림성심대 충청대 대전보건대
영남권-울산과학대 영진전문대 동의과학대
호남권-전주비전대 동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