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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 컴퓨터 박사는 왜 소 입속에 손을 집어넣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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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네이버가 함께 만드는 FARM
    이대 컴퓨터 박사는 왜 소 입속에 손을 집어넣었나
    “구제역 때문에 소가 살처분되는 것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어요.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2011년,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김희진 씨는 구제역으로 인해 전국의 소와 돼지, 염소 등 가축 348만 마리가 도살처분됐다는 뉴스를 봤다. 그녀는 축산학과를 졸업한 아버지를 따라 목장을 누비고 다니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남일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사물인터넷(IoT)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던 때였다.

    ◆'내가 하고 있는 연구를 축산업에 접목해볼 수는 없을까'

    그날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자신의 연구를 축산업에 적용하고 싶었다. 그녀는 구제역이 반복되는 한국의 현실에 주목했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사후 대책 마련에 급급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구제역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미리 소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소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면 질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이어졌다.

    소 몸에 센서를 넣어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물을 데이터와 연결하는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는 창업을 결심하고 유라이크코리아라는 회사를 세웠다.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소의 체온을 확인해 병을 예방하고, 발정기를 체크해 송아지 출산에 도움을 주는 '라이브케어'의 탄생이었다.

    그때부터 그녀의 축사 라이프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체온계를 귀에 붙이는 등 기존의 축사 관리 시스템에서 하던 방식을 응용해보려고 했다. "목걸이나 귀에 붙이는 형태의 체온 측정 장치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소가 축사를 돌아다니면서 쉽게 부서지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제대로 된 정보를 모으기가 어려웠어요."

    고민에 빠진 그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짚었다. 그녀는 "소가 아플 때 마그네슘을 먹이거나 이물질을 배출시키기 위해 자석을 삼키게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며 "측정기를 '먹이는' 아이디어가 그때 나왔다"고 말했다.
    이대 컴퓨터 박사는 왜 소 입속에 손을 집어넣었나
    ◆무작정 소의 입에 손을 넣었고, 수도 없이 물렸다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옥수수로 만든 유아용 식기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사탕수수로 기기를 만드는 작업까지는 진행됐지만 어떻게 먹일 것인가가 문제로 남았다.

    "처음에는 무작정 손을 집어넣었어요. 혀를 빼서 식도를 연 후 투입을 하는 작업인데, 소가 이물감을 느껴 온몸을 뒤흔드는 통에 위험한 순간도 많았어요. 보호장비를 쓰긴 했지만 물렸을 때는 아프더라고요."

    최종적으로는 기계를 사용해 쏘는 방식을 선택했다. 스펙을 맞춰줄 수 있는 기계 제작업체를 찾아 전 세계를 누빈 끝에 터키 이스탄불의 협력사를 발굴했다.

    ◆체온 분석해 항생제 과다 투여 막는다

    2011년 시작한 제품 개발은 4년간의 연구를 거쳐 지난 2015년 완료됐다. 그렇게 탄생한 라이브케어는 하루에 300번 소의 미세한 체온 변화를 감지해 실시간으로 농장주에게 알려준다.

    소의 정상 체온인 38.5~39.5도 사이를 0.3도 가량 벗어난 상태가 지속될 경우 경고 메시지가 통보된다. 김 대표는 "소의 체온이 38.0~38.8도 사이에 오랜 기간 머문다면 소화불량과 장염이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고, 37.8도까지 체온이 떨어졌다면 케톤증을 앓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 내용을 설명하면서 "라이브케어가 항생제 과다 투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 축사 관리 시스템은 한 마리의 소가 병에 걸리면 기르는 모든 소에 항생제를 투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김 대표는 "병에 걸린 소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아프지 않은 소까지 일괄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은 항생제 과다 투여로 이어진다"며 "라이브케어는 개체별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사육방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한 체온 변화 감지 기술은 구제역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농장주들이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유는 백신을 맞다가 질병에 걸리는 소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체온 변화를 감지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백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축적된 데이터를 종합해 결론을 도출하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발정 및 임신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도 라이브케어의 장점이다. 김 대표는 "4년 간 쌓은 300만 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가 발정기에 들어갔는지 여부와 임신한 소가 출산을 언제 할 지에 대해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라이브케어를 사용하는 농가들도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충남 예산군에서 젖소 120마리를 키우고 있는 조상훈 영훈목장 대표는 "라이브케어를 활용해 식체에 걸린 소를 빠르게 치료한 경험이 있다"며 "예전 같았으면 소가 죽고 나서야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너머 세계로

    김희진 대표의 목표는 라이브케어를 사용하는 축산농가를 늘려 궁극적으로 건강한 소가 많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충청남도가 라이브케어 보급에 적극적이다. 충청남도는 5년간 50억원을 지원해 도내 220개 농가에 라이브케어를 보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국가에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제품 가격도 저렴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도 꿈꾸고 있다. 한국과 축산 환경이 비슷한 일본이 목표다. 김 대표는 "일본의 고급 와규는 한 마리에 3000만원이 넘기 때문에 한 마리만 살려도 축산농가에 엄청난 이익이 된다"며 "일본에서는 바이어가 직접 찾아와 지사 설립을 요청할 정도로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최대 육류 소비국 중 하나인 미국에도 지사를 설립해 수출을 꾀하고 있다.

    "과거에는 축산을 경험과 노하우만 갖고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2세 경영이 많아진 현 상황에서는 그런 '본능적인'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죠. 하지만 과학은 정확합니다."

    이대 컴퓨터 박사는 왜 소 입속에 손을 집어넣었나


    FARM 에디터 강진규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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