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육 등 재정지출 확대…인재 키워 경쟁력 높이자는 것
정부, 민간투자 '물꼬' 터주는 역
'박근혜 경제교사'서 문재인 곁으로
문재인의 삼고초려로 캠프 합류, 사회 불공정 타파 의지에 공감
김 위원장은 문 후보가 지난 12일 발표한 경제정책 비전 ‘제이(J)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은 민간 기업의 역할이라고 한 데 대해 “당연한 얘기”라면서도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지만 시장에 이상이 생겼을 땐 정부가 들어가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리”라고 강조했다.
J노믹스의 주요 내용은 △보육 교육 의료 안전 환경 부문에 대한 국가 지원 △재정지출 증가율 연평균 3.5%에서 7.0%로 확대 △4차 산업혁명 등 10대 핵심 분야 집중 투자 등이다. 문 후보가 이 같은 정책을 발표하자 재정에 의존하는 경기부양책으로는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없고 국가부채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시장이 해결해줄 때까지 국민이 죽든 말든 내버려둘 것이냐”며 “비상 상황에서까지 경제를 민간에만 맡겨두고 회복을 기다리자는 것은 무책임한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빚을 갚을 수 없는 한계 가구가 180만가구”라며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터졌을 때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여지가 크지 않고 제도 개혁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이럴 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재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J노믹스를 ‘사람 중심 경제성장’으로 요약했다. 그는 “보육 교육 등에 투자해 건강하고 유능한 사람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저소득층에도 질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양극화를 완화하고 계층 간 이동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보육 교육 등은 시장에만 맡겨두면 공급이 불충분해지는 가치재 성격이 있다”고 했다. 정부가 나서 민간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를 둘러싼 논란에는 “크다 작다 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며 “큰 건 나쁘고 작은 건 좋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민간 투자가 이들 분야로 흐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할 뿐 직접적인 투자는 기업이 하도록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정 지출을 연평균 7% 늘리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연간 8조~11조원으로 추정되는 초과 세수와 낭비성 사업을 줄여 감축할 수 있는 예산 8조원을 합치면 재정 지출 증가율을 7%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재벌·대기업이 받는 법인세 감면을 30%만 줄여도 2조원이 확보된다”며 “그래도 모자라면 마지막 수단으로 증세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교사’ 역할을 했다. 김 위원장은 “문 후보가 작년부터 여러 차례 찾아와 경제 정책에 관한 도움을 요청했다”며 “사회 곳곳의 불공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 김광두 위원장은
△1947년 전남 나주 출생
△광주제일고-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1985~2013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1995~1998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2005~2006년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2010~2017년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2013년~현재 서강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