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 대선후보들이 쏟아내는 복지 공약들이 설상가상, 점입가경이다. 국민연금·기초연금은 더 주고, 건강보험의 본인 부담률은 낮추고, 출산·육아수당 등은 늘려주겠다고 한다. 5년 전 대선 때는 미흡하나마 숫자로 재원 대책을 얘기하려는 시도라도 있었는데 이번엔 아예 숫자도 없다. 누가 돼도 나라곳간 거덜 낼 일만 남은 듯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이고, 기초연금은 월 30만원(현행 70%, 월 20만원)을 공약했다. 이 공약에만 연간 11조원 넘게 든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캠프에선 한술 더 떠 기초연금 월 40만원 안을 구상 중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통 크게 국민연금 최저 지급액을 월 35만원에서 8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한다. 건강보험은 비급여를 줄이고 본인부담률을 낮춰주겠다는 게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다. 경쟁적으로 내놓은 출산·육아휴직급여 확대도 알고 보면 고용보험을 털어서 주겠다는 것이다. 20여일 남은 대선까지 또 무슨 ‘정치적 뇌물’을 풀지 알 수 없다.

저출산 고령화와 저성장 여파로 사회보험들마다 하나같이 사상누각인 게 현실이다. 기획재정부 추계에 따르면 8대 사회보험 가운데 이미 적자인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에다 건강보험 고용보험 장기요양보험 등 5개가 5~6년 안에 적자로 돌아선다고 한다. 사회보험 적자는 보험료 인상 또는 세금으로 메워야만 한다. 말썽 많은 국민연금은 그대로 둬도 2060년이면 바닥나는데 공약대로면 조기 고갈이나 연금보험료 대폭 인상 외엔 방법이 없다. 후보들이 생색을 내는 만큼 국민에겐 ‘보험료·세금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다. 차라리 공약(空約)인 게 낫다. 자칭 ‘미래 지도자’들이 정작 미래세대는 안중에도 없고 코앞의 권력에 올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