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독창회를 연 성악가가 있다. 소프라노 김자경(1917~1999·사진)이다. 국내 성악 수준이 높지 않았던 당시 한국인 성악가가 카네기홀에 서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김자경은 청아한 목소리와 섬세한 표현력으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았다. 한국 오페라 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 1968년 국내 첫 민간 오페라단인 ‘김자경오페라단’을 창단, 다양한 오페라를 무대에 올렸다. 이화여대 성악과 교수로 활동하며 인재 양성에도 힘썼다.

김자경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음악회 ‘더 프로포즈(The Propose)’가 오는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김자경오페라단과 한국경제신문사 공동 주최로 열린다. 고인의 정신을 기리는 아름답고 섬세한 오페라 아리아와 뮤지컬 명곡을 선보인다.

박인욱이 지휘하고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이번 공연에선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소프라노 김순영, 김미주, 박시연과 테너 이성민, 이동명이 함께한다. 바리톤 이응광, 박정민, 정지철 등도 참여한다.

공연은 한경필하모닉의 오페라 ‘카르멘’ 서곡 연주로 힘차고 화려하게 시작한다. 이어 소프라노 김순영과 김미주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을, 바리톤 이응광이 ‘세비야의 이발사’ 중 ‘나는야 이 마을에 제일가는 이발사’를 부르며 분위기를 달군다.

오페라와 함께 뮤지컬 명곡도 즐길 수 있다. 소프라노 박시연이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한때는 꿈이 있었지’를 애절한 목소리로 부른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이중창 ‘투나잇’, ‘캣츠’의 ‘메모리’도 선보인다. 정지철 김자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49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김자경오페라단의 오페라 대중화에 대한 열망을 담은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