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곤충학은 사체에 있는 곤충의 생활상(알→구더기→번데기→성충)을 이용해 사망 후 시간 경과 등을 밝혀내는 학문이다. 파리 번데기 껍질은 북유럽 바이킹 무덤에 매장된 시신의 옷이나, 일본 하자이케고분의 인골에 부착되어 발견되는 등 해외에서는 몇 차례 보고됐으나 국내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정촌 고분의 파리 번데기 껍질은 1호 돌방(石室)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내부의 흙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무덤 주인의 발뒤꿈치 뼛조각과 함께 10여개체가 발견됐다. 연구소는 1호 돌방과 같은 조건으로 빛을 차단하고 평균 온도 16℃, 습도 90%에서 파리의 알, 구더기, 번데기 중 어떤 상태일 때 성충이 되는지를 실험한 결과, 번데기 상태일 때만 성충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통상 알에서 번데기가 되기까지 평균 6.5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무덤의 주인공은 무덤 밖에서 일정기간 장례 절차를 거친 후 무덤 안으로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연구소는 이 파리 번데기 껍질이 ‘검정뺨금파리(Chrysomyia megacephala)’인 것으로 추정했다. 검정뺨금파리는 현재 정촌고분 주변에서도 서식하고 있으므로 그간의 기후 변화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검정뺨금파리의 주 활동기간이 5~11월이고, 9월경에 가장 활발히 번식한다는 사실로 볼 때 이 무덤의 주인공도 이 기간에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소는 추정했다.
연구소 측은 “1500년 전 파리 번데기 껍질의 법의곤충학적 분석을 통해 삼국시대 장례 문화를 파악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크다”며 “올해에는 법의학 전문가와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파리 번데기 껍질과 함께 출토된 고인골의 신체특성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무덤 주인공의 사망 원인과 나이, 식습관, 신체 크기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고대 영산강유역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떠한 모습이었고, 장례문화는 어땠는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