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모두 국방예산 대폭 증액…"예산 누수 대책 빠졌다"
안보·국방 공약은 국가 존망(存亡)이 달린 정책 이슈다. 특히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6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 대처 방침을 밝히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선후보들의 안보·국방 공약이 주목받는 이유다.

각당 후보 4명 모두 ‘안보 대통령’을 자임하며 관련 공약을 내놨다. 한경 대선공약 검증단은 “국방예산 증액 등 전반적인 정책 방향은 맞지만 각 후보가 국방개혁에 대한 큰 밑그림 없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각론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사드’ 관련 말 바꾼 文, 安

문재인·안철수 모두 국방예산 대폭 증액…"예산 누수 대책 빠졌다"
사드 배치에 대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조건부 찬성,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원칙적 찬성 쪽에 가깝다. 두 후보는 작년 7월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발표했을 때 각각 ‘원점 재검토’, ‘국민투표 및 국회 비준’을 주장하며 강력 반대했지만 올 들어 태도를 바꿨다.

문 후보는 “차기 정부로 넘겨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미 사드 배치가 시작됐고 중국으로부터 많은 제재를 받았다”며 “다음 정부는 국가 간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며 사드 찬성으로 돌아섰다. 두 후보의 말 바꾸기는 보수·진보 진영으로부터 모두 공격을 받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사드는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일 뿐”이라며 “국가 방어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구상 없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눈먼 국방예산 먼저 잡아야”

주요 후보 모두 국방비 예산 증액을 약속했다. 문 후보, 안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일제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2.4%(작년 기준) 수준인 국방예산을 3% 안팎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검증단은 군사력 증진 및 대북 군사억지력 강화를 위해 국방예산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부대 재편 및 군 인건비 구조조정, 중복 투자 방지, 방산비리 감독 강화 등 국방예산 누수를 막기 위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방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군 인건비로 투입된 예산은 9조6064억원으로 전체 국방예산의 24.8%에 달했다. 박 교수는 “전투력 발전이 아니라 인건비로 들어가는 예산 규모가 너무 크다”며 “인건비를 줄이려면 국방 개혁이 필요한데 이런 공약을 내놓는 후보가 없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군 복무기간 단축 논란

주한미군사령관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과 관련해 문 후보는 조기 환수를, 안 후보는 북한에 비해 군사적 우위를 점할 때 환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보수진영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 후보는 국지전에서 효용성이 높은 ‘전술핵’ 도입에 적극적인 반면 문 후보와 안 후보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신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북핵 위협에 대비해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와 이동식 표적을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의 조기 도입을 주장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멀리서도 폭격기와 잠수함, 미사일 등으로 얼마든지 핵무기를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만큼 굳이 한반도 내에 전술핵 기지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최저임금 수준으로 병사 월급을 인상하고 군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고 한 공약은 ‘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종하 한남대 정치언론국방학과 교수는 “병사 월급을 올려봤자 각 가정에서 용돈을 받아야 하는 신세인 것은 똑같을 것”이라며 “그런 공약으로 표를 얻기보다는 진짜 싸우는 방법을 연구하는 공약을 내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호/박종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