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의 ‘기억의 지속’은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편집광적인 방법으로 촘촘하게 기술한 대표작이다. 음침할 정도로 고요한 분위기에 시계의 문자판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환상적인 내용을 정교하게 그려냈다. 저 멀리에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카다크 해안이 보이고, 앙상한 나뭇가지와 각진 책상의 모서리 등엔 시계가 걸려 있다. 당시 두통에 시달렸던 달리는 작업 중이던 풍경화에 그려넣을 오브제가 떠오르지 않아 불을 끄고 나가려는 순간 두 개의 시계를 발견했다고 한다. 혼미하고 몽롱하게 보이는 시계를 치즈에서 영감을 받아 흘러내리는 방식으로 화면에 옮겼다. 시간도 치즈처럼 물렁거린다고 생각한 것이다. 감정의 모든 문제는 시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그림으로 상기시키는 게 이채롭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