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가 본격적인 상승 모드로 진입하면서 환헤지(환위험 회피)를 하지 않고 달러 자산을 사들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달러 약세)할 경우 손해볼 수도 있지만 미국 금리가 오르면 환헤지 비용이 늘어나 수익률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에 이어 올해에만 두 번 더 금리를 올리고 내년에도 같은 수준의 인상을 예고했다.

환헤지는 환율과 상관없이 원화를 기준으로 목표한 수익률을 얻기 위한 방법이다. 보통은 외환선물을 이용해 헤지한다. 투자 대상국의 선물환을 매입하는데 해당국의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가 늘어난다.

실제로 미국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1년짜리 원·달러 선물거래에 따른 환헤지 비용이 지난해보다 약 0.8%포인트 올랐다. 미국에 연 4.5%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했을 때를 예로 들어보자. 만약 금리가 오르기 전인 지난해에 환헤지를 했다면 계약 시점의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를 고려할 때 0.2%포인트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동일한 투자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환헤지를 할 때 내야 하는 비용이 투자금의 0.6%나 된다. 수익률이 연 3.9%로 주저앉는다는 얘기다. 국내 한 투자기관 관계자는 “환노출이 수익률 제고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환헤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환노출형을 선택하면 환차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를 유도하기 때문에 환노출형 상품이 유리하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국내 투자자의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달러 약세’를 선호한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명칭에 ‘H’가 들어가면 환헤지 상품, 들어가지 않으면 환노출 상품이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환노출 상품은 수익률이 들쭉날쭉하지만 흐름을 잘 타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