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유럽 증시가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이달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을 시작으로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국이 선거를 앞두고 있어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지난달 30일 5900.93으로 1년 최고치를 찍은 뒤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리더 격인 독일 증시의 닥스지수도 같은 날 12,312.87로 1년 최고점을 경신한 뒤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CAC와 영국 FTSE, 스페인 IBEX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마찬가지다.

지난 연말부터 유럽 증시는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13% 가까이 올랐다.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독일과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인 2% 안팎으로 올라섰다. 지난달 종합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도 56.7로 2011년 4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 지수가 50보다 높으면 경기확장을 의미한다. ECB가 2014년부터 펼쳐 온 양적완화 정책이 실물경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잘나가던 유럽 증시를 붙잡은 건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극우(마린 르펜)와 극좌(장뤼크 멜랑숑) 후보의 지지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몸사리기에 나섰다. 두 후보 모두 유럽연합(EU) 탈퇴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당선된다면 시장에 충격이 예상된다. 9월에는 독일과 이탈리아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불안심리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초체력이 탄탄한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에서다.

권아민 동부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보다는 본질(경제 기초체력)에 집중할 때”라며 “ECB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높이면서 경기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은 삼성증권 연구원도 “프랑스 대선에서 극단주의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의회 장악력이 낮아 EU 탈퇴까지는 장애물이 많다”고 분석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