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업계가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업계 6위였던 현대시멘트가 한일시멘트-LK투자파트너스 컨소시엄에 사실상 인수되면서 30년간 지속돼온 ‘시멘트 7강 체제’가 무너졌다. 업계 1위 기업도 처음으로 쌍용양회에서 한일시멘트로 바뀌게 된다. 7강 중 최근 2년간 주인이 바뀐 기업도 4곳이나 된다. 공급과잉 상태인 데다 사모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쌍용양회나 한라시멘트 등이 추가로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어 업계 전반이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한일시멘트 부상

석회석과 제철 부산물 등을 유연탄으로 구워 만드는 시멘트는 1960년대 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수립되면서 ‘경제개발 전략사업’으로 지정됐다. 1964년 한 해에만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등 세 곳의 회사가 생겼다.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삼표시멘트(옛 동양시멘트) 한라시멘트 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7개 회사의 점유율이 90%가 넘는 과점체제고, 쌍용양회는 줄곧 1위였다. 그러나 이런 구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LK투자파트너스는 인수 대상인 현대시멘트의 강원도 영월과 충북 단양에 있는 생산공장에 대한 상세 확인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시멘트 지분 84.56%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최종 인수하면 25.1%의 시장점유율로 부동의 1위였던 쌍용양회(22.2%)를 넘어선다. 국내 시멘트업계 역사상 1위 업체가 바뀌는 것은 처음이다.

한일시멘트가 인수합병(M&A)에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동양시멘트와 쌍용양회 인수전에서 각각 삼표그룹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밀렸다. 라파즈한라(현 한라시멘트) 경영권은 사모펀드 글랜우드-베어링에 넘어갔다. 오너 3세인 허기호 한일시멘트 회장(사진)은 계속된 M&A 실패 이후 ‘시장 재편 주도권을 외부 사업자에게 내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현대시멘트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 인수 후 수도권 영업능력이 큰 두 회사가 연계하면 경쟁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수익이 늘어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공급과잉…구조조정 서둘러야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1990년대 후반 이후 건설경기가 내리막을 걸으면서 공급과잉 산업으로 전락했다.

7개 회사의 공장 가동률은 2013년 59%까지 떨어졌다. 당장 하반기부터 시멘트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의 자발적 M&A를 통한 대형화와 설비 감축 등으로 내수 물량을 반등시킨 일본의 성공적인 구조조정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