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미국의 통상압력] 예고없이 '한·미 FTA 개선' 요구…미국 2인자 기습에 통상당국 '당혹'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도 통상압력 주요 타깃 재확인
'재협상'보다 수위 낮은 '개선' 언급했지만 사전조율 전혀 없이 돌연 공개발언 '충격'
'재협상'보다 수위 낮은 '개선' 언급했지만 사전조율 전혀 없이 돌연 공개발언 '충격'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선(reform)’ 언급은 전혀 예고되지 않은 발언이다. 한국 통상당국과의 사전 조율 과정도 없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면담에서도 한·미 FTA와 관련한 대화는 없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정책 당국자들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지 한·미 FTA가 아니다”며 애써 위안하던 당국으로선 우려하던 일이 결국 현실화한 셈이다.
◆바뀌지 않은 미국 시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유세 기간 내내 한·미 FTA의 문제점을 수차례 언급했다. 한·미 FTA를 가리켜 “미국 내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job killing trade deal)”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썼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1일 발표한 ‘대통령의 2017년 무역정책 아젠다’에서 한국을 중국 등과 함께 대규모 교역적자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미국 무역법과 통상법 301조(슈퍼 301조)를 적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런 USTR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무역장벽보고서’에서는 “한·미 FTA가 미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을 도왔다”고 상반된 평가를 내려 한국 정책당국을 헷갈리게 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한·미 FTA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기대까지 나왔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8일 미국에서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을 만나 “한·미 FTA가 양국 간 교역 및 투자 확대에 기여해왔다”고 설명한 게 효력을 발휘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한·미 FTA를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중 파악 나선 통상 당국
펜스 부통령이 말한 ‘개선’이란 표현은 NA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사용한 재협상(renegotiation)이란 용어보단 수위가 낮다. 이런 점에서 통상당국은 “당장 한·미 FTA를 손보겠다는 건 아닐 것”이라며 애써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펜스 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대규모 무역적자국에 대한 실태조사와 불공정 무역행위 전수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인호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실익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결에 적극 도움을 준 대가로 한국에 FTA 개선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국 측으로선 일종의 ‘청구서’를 받아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에서도 비판적 목소리
펜스 부통령은 이날 한·미 FTA로 미국이 지난 5년간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구체적인 수치로 나열했다. 하지만 미국이 손해를 봤다는 주장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제프리 쇼트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미국과 FTA를 맺기 전에 유럽연합(EU) 아세안(ASEAN) 등과 FTA를 체결했고 그 이후에는 중국 등과도 FTA를 맺었다”며 “여러 나라 기업들이 한국에서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미국 상품이 고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의 또 다른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의 앨런 레이놀드 선임연구위원도 “반도체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 대부분이 FTA 발효 이전부터 거의 무관세였다”며 “한·미 FTA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늘었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바뀌지 않은 미국 시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유세 기간 내내 한·미 FTA의 문제점을 수차례 언급했다. 한·미 FTA를 가리켜 “미국 내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job killing trade deal)”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썼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1일 발표한 ‘대통령의 2017년 무역정책 아젠다’에서 한국을 중국 등과 함께 대규모 교역적자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미국 무역법과 통상법 301조(슈퍼 301조)를 적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런 USTR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무역장벽보고서’에서는 “한·미 FTA가 미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을 도왔다”고 상반된 평가를 내려 한국 정책당국을 헷갈리게 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한·미 FTA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기대까지 나왔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8일 미국에서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을 만나 “한·미 FTA가 양국 간 교역 및 투자 확대에 기여해왔다”고 설명한 게 효력을 발휘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한·미 FTA를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중 파악 나선 통상 당국
펜스 부통령이 말한 ‘개선’이란 표현은 NA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사용한 재협상(renegotiation)이란 용어보단 수위가 낮다. 이런 점에서 통상당국은 “당장 한·미 FTA를 손보겠다는 건 아닐 것”이라며 애써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펜스 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대규모 무역적자국에 대한 실태조사와 불공정 무역행위 전수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인호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실익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결에 적극 도움을 준 대가로 한국에 FTA 개선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국 측으로선 일종의 ‘청구서’를 받아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에서도 비판적 목소리
펜스 부통령은 이날 한·미 FTA로 미국이 지난 5년간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구체적인 수치로 나열했다. 하지만 미국이 손해를 봤다는 주장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제프리 쇼트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미국과 FTA를 맺기 전에 유럽연합(EU) 아세안(ASEAN) 등과 FTA를 체결했고 그 이후에는 중국 등과도 FTA를 맺었다”며 “여러 나라 기업들이 한국에서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미국 상품이 고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의 또 다른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의 앨런 레이놀드 선임연구위원도 “반도체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 대부분이 FTA 발효 이전부터 거의 무관세였다”며 “한·미 FTA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늘었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