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청년도, 전통시장도 못살리는 정책
지난 12일 인천 강화중앙시장에서 첫 번째 ‘청년몰’이 문을 열었다. 청년몰은 전통시장 내 일정 구역(500㎡ 내외)에 39세 이하 청년들의 점포 20곳 이상을 입점시키는 사업이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전통시장도 살리자는 게 취지다. 연내에 전국 14개 이상의 전통시장에 청년몰이 들어서게 된다. 관련 예산 규모는 250억원, 정부 지원금만 128억원에 달한다.

비슷한 사업이 또 있었다. 전통시장 빈 공간을 청년에게 임대해주고 장사하게 하는 ‘청년상인’ 사업이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400여개 점포가 순차적으로 문을 열었지만 이 중 80여개가 벌써 폐업했다. 얼마나 더 많은 업체가 문을 닫을지 모른다.

이들은 평균 40시간의 교육을 받고 창업했다. 4박5일간 진행된 ‘MT’에서 사업 아이템을 컨설팅받고 곧장 사업화에 나선 사람도 있었다. 청년들에겐 평균 1700만원의 정부 돈부터 쥐어졌다. 돈을 되갚아야 한다는 조건도 없었다. 폐업률이 벌써 20%나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도 사업을 주관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별 문제가 안 된다는 태도다. 한 담당자는 “소상공인의 1년 내 폐업률이 평균 40%”라며 “이를 고려하면 청년들의 폐업률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담당자는 “이들이 꼭 성공할 필요는 없지 않냐”며 “사업을 통해 창업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전통시장 시장경영혁신 지원사업’, ‘시장 현대화 사업’ 등에 매년 1조원 넘는 돈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전통시장이 활성화됐다는 얘기도, 청년 실업이 줄었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업의 주관기관은 이런 실패를 ‘단순한 경험’으로 치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조직 내에 청년상인팀을 신설했고, 관련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년 창업을 도와 전통시장을 외국 관광객이 찾는 한류 상품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사업을 되면 좋고 안 되면 마는 ‘경험’쯤으로 보는 시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전통시장 활성화는 요원한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

조아란 중소기업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