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5당 대선후보들이 19일 밤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TV 토론회에 참석해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기호순). 국회사진기자단
원내 5당 대선후보들이 19일 밤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TV 토론회에 참석해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기호순).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안철수 국민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5명의 대선후보들은 19일 KBS 주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대선 공약과 비전을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대선 토론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이날 ‘스탠딩 토론’에서 홍 후보와 유 후보, 심 후보가 양강구도를 형성한 문 후보와 안 후보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치·외교·안보분야 자유토론에서만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8~9개씩 질문이 쏟아졌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3명 후보의 협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임기응변과 위기돌파 능력을 시험받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文·安에게 안보이슈 집중포화

홍 후보와 유 후보, 심 후보는 이날 열린 두 번째 TV 토론회에서 ‘안보이슈’를 고리로 문 후보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유 후보는 북한과의 인권결의안 기권 사전협의 논란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문 후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다”면서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에 앞서 북한에 물어봤느냐”고 다그쳤다. 이에 문 후보가 “국정원을 통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를 파악해봤다. 북한에 물었다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유 후보는 “그게 물어본 것과 뭐가 다르냐”고 했고, 문 후보는 “(문 후보가) 국정운영을 안 해봐서 그렇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심 후보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안 후보의 입장 변화를 물고 늘어졌다. 심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 “사드 배치를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국익조차 발로 차 버린 말 바꾸기를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북한 도발은 계속 더 심해지고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을 보면 우린 결국 사드 배치를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안보 문제는 북핵 문제이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동맹국인 미국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홍 후보도 문 후보 공격에 가세했다. 홍 후보는 북한과의 인권결의안 기권 사전협의 논란에 대해 “송민순 장관께서 거짓말했는지 문 후보가 거짓말하는지 (청와대) 회의록을 보면 나올 것”이라며 “나중에 거짓말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지금 정부의 손에 (회의록이) 있는 것 아니냐”면서 “확인해 보라”고 맞섰다. 홍 후보는 재차 “나중에 거짓말로 밝혀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했지만 문 후보는 “그럴 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 후보는 문 후보의 안보관을 끝까지 물고 넘어졌다.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사드도 반대, 전술핵 배치도 반대하면 무슨 수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전술핵 재배치는 미국도 반대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홍 후보도 문 후보에게 “집권하고 나면 본색이 드러날 걸 왜 사드 배치도 오락가락하고 선거 때문에 절대 안 된다 하다가 선거 때는 슬쩍 되는 듯 얘기하고…”라고 날을 세웠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언제까지 색깔론 할 건가”라고 받아쳤다.

◆공약 재원 마련 놓고서도 논쟁

교육·경제·사회·문화를 주제로 한 공통질문 시간은 후보들이 숨을 고를 수 있는 ‘하프타임’이었다. 이도 잠시, 47분간 난상토론이 또다시 이어졌다. 안 후보는 작심한듯 문 후보 캠프와 지지자들의 폐쇄성을 공격했다. 안 후보는 “최근에 전인권 씨가 저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정말 수모를 당했다. 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심지어 ‘적폐 가수’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게 옳은 일인가”라고 따졌다. 문 후보가 “우선은 제가 한 말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그런 식으로 정치적 입장을 달리한다고 해서 그런 식의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문자폭탄을 보낸다면 그건 옳지 않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곤혹스러운 듯 화제를 돌리려는 문 후보를 향해 “그런데 문 후보께서 (경선 때 문자폭탄을 놓고) ‘양념’이란 말도 하셨다. 저 말 안 끝났다. 말 안 끝났다”며 재차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둘은 이후 토론 방식을 놓고 옥신각신 말싸움을 이어갔다.

◆후보들 소감은?

문 후보는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되면 충분히 답을 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시간 부족 말고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다음부터는 더 활발하고 자신감 있게 모든 후보가 자기 실력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평했다.

홍 후보는 “두 시간을 세워놓으니 무릎이 아프다. 체력장 테스트 같다”며 “기획재정부 국장이나 하는 수치를 따지는 이런 식의 토론은 아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 후보는 “홍 후보와 대화를 충분히 못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심 후보는 “문 후보가 많은 공약을 냈는데 증세 계획은 아무것도 없고 대답을 뭉갰다”고 비판했다.

손성태/서정환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