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폐업 땐 대출 원금상환 3년 유예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실직·폐업 등으로 대출금을 갚기 힘든 차주(借主)에 대해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을 미뤄주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하더라도 최대 1년간 담보로 잡힌 집 경매를 늦춰 주는 방안도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가계대출 연체부담 완화방안’을 발표했다. 새 방안은 대출금을 연체하지 않았더라도 실직, 폐업, 질병 등으로 빚 갚기가 힘든 서민·취약계층에 대출 원금 상환을 최대 3년간 유예해 주는 게 핵심이다. 실업수당, 폐업 신청서, 병원 진단서 등을 제출하면 된다. 주택담보대출인 경우 주택 가격 6억원 이하인 1주택 소유자만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20년 만기로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금리 연 3.5%, 분할상환)을 받은 사람이 이 제도를 활용하면 월 상환부담액이 116만원에서 47만원으로 줄어든다. 유예 기간에는 이자만 갚으면 된다. 금융위는 이 제도의 수혜자를 연간 77만명가량으로 예상했다.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가 빚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시기를 최소 6개월, 최대 1년간 늦춰 주는 ‘담보권실행 유예제도’도 하반기에 도입한다. 지금은 대출을 연체하면 은행 등 금융회사가 3~4개월 이내에 집을 경매에 넘기는데,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집을 경매에 넘기기 전에 반드시 차주와 1회 이상 상담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차주가 원하면 집 경매를 최대 1년간 늦춰 줘야 한다.

다만 금융회사가 50%(금액 기준) 이상을 동의해야 경매를 늦출 수 있다. 이용 대상은 주택담보대출 연체 기간이 30일을 초과한 1주택자(주택 가격 6억원 이하)이면서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서민층이다.

금융위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신용등급 급락, 다중채무자 등 연체 우려가 큰 차주를 미리 파악해 대출상환 상담을 해 주는 ‘가계대출 119’라는 사전경보체계도 하반기에 구축하기로 했다. 또 은행 등 금융회사가 대출해 줄 때 연체금리 산정 기준을 설명하도록 의무화하고 금융업권별 협회를 통해 연체가산금리를 공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