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가 국제금융도시로의 부활에 나섰다. 외국인 금융 전문인력을 대거 유치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금융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도쿄의 바람과 달리 일본 금융계가 여전히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탈피하지 못해 계획대로 ‘금융 르네상스’가 실현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금융허브 도쿄' 다시 뛴다…외국인 창업땐 1년 전부터 거주 가능
◆3년간 40개 금융사 유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도쿄를 국제금융도시로 키우는 것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고 일본 정부의 특구회의에서 범정부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시(도쿄도)는 2020년까지 금융분야 외국 기업 40여개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핀테크(금융기술) 등을 중심으로 금융분야에서 수익성 높은 새 부가서비스를 대거 창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쿄는 외국인 고급인력의 체류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의 생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특구를 담당하는 일본 내각부와 출입국 관리를 맡고 있는 법무성에도 협조를 구한다.

도쿄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미국 뉴욕의 뒤를 쫓는 주요 금융도시였다. 이후 런던 등 선진국 금융 중심지는 물론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국 주요 경쟁도시에도 밀렸다.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 금융업계가 오랜 침체를 겪은 데다 2000년대 들어 경제 성장세에서 중국 등 신흥시장에 크게 뒤처진 영향이 컸다. 특히 2008년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는 도쿄의 금융 경쟁력에 결정타를 가했다.

리먼사태 전인 2005~2007년 도쿄엔 연 7~9개 외국 금융회사가 진출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연평균 3건 정도에 그치고 있다. 도쿄가 리먼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을 당면과제로 삼은 배경이다.

◆외국인 거주 문턱 낮춰

우선 도쿄는 금융 관련 인력의 일본 내 체류자격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창업하려면 ‘경영·관리’라는 체류자격이 필요하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이 창업 활동계획을 제출하면 창업 6개월 전부터 일본에 거주하면서 준비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도쿄는 금융분야를 중심으로 창업 1년 전부터 외국인이 머물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정보기술(IT)분야 등에 비해 창업 준비 기간이 긴 금융회사의 유치를 늘리자는 취지에서다.

일본에 경영·관리 목적으로 머무는 외국인은 2만여명에 이른다. 중국인이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미국, 인도, 한국, 프랑스 등에서 다수의 고급인력이 유입돼 거주하고 있다.

도쿄는 일본 정부가 고급인력으로 인정하는 ‘고도 외국 인재’의 인정 요건을 완화할 것도 주문했다. 자산운용사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에게 특별 포인트를 가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고도 외국 인재로 인정받으면 연구직과 영리사업을 병행할 수 있는 등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도쿄는 외국 인재의 부모나 가사도우미 등을 일본에 데려오는 것도 쉽도록 해 정착을 돕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뒤처진 일본 금융산업

반면 상대적으로 뒤처진 일본의 금융 경쟁력이 금융 르네상스 구상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금융시스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은행과 신용금고는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보다 인건비가 비싸지만 업무 효율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은행들의 1인당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 평균은 1700만엔(약 1억7700만원)으로 3300만엔을 기록한 유럽 은행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 은행(2100만엔)과도 격차가 컸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