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스카이(SKY)'의 감성은 팔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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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만 자극한 '스카이'…차별성 빠진 감성 마케팅 실패
[ 이진욱 기자 ] 푸시캣돌스의 ‘돈 차’ 멜로디가 들리자 침대에 누워 자던 남자(박기웅)는 깨어나 자신도 모르게 맷돌춤을 춘다. 씨익 미소를 짓는 남자에 이어 ‘I’m Back’(내가 돌아왔다)이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SKY'라는 로고와 함께.
지난해 6월 열린 팬택 스카이 아임백(IM-100) 공개 기자간담회. 30초 분량의 티저 광고가 상영되자마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반가웠다. 한때 좋아했던 연예인이 오랜만에 TV에 나오는 걸 보는 감정이랄까. 몇몇 참석자들은 닭살이 돋을 정도라고 했다. 향수를 품은 스카이는 그렇게 다시 세상에 나왔다.
스카이는 누적 500만대 이상 팔린 국내 피처폰의 전설이다. 스카이는 SK텔레텍이 만들었지만 팬택이 인수하면서 팬택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팬택이 '베가'가 아닌 '스카이'를 택한 것은 스카이의 과거 성공을 재현하겠단 각오였다. 2015년 말 청산 직전의 팬택이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인수된 상황이라 더 간절했다.
당시 문지욱 팬택 사장은 "과거의 팬택은 시대를 앞서간다는 핑계로 고객이 아닌 경쟁사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젠 고객의 앞이 아닌 옆에서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제품의 하드웨어보다 고객의 감성을 중시하겠단 의미였다. 너도 나도 혁신기술을 앞세우는 스마트폰 시장에선 보기 드문 출사표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성적이었다. 스카이는 이들의 감성을 두드리는덴 성공했지만 지갑을 열진 못했다. 광고 음악과 모델, 브랜드 모두 10년전 그대로였지만 제품이 달랐던게 문제였다. 'It's different'를 외치던 스카이만의 '특별함'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초반 기세는 나쁘지 않았다. 아임백은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출시 일주일도 안돼 초도물량 3만대가 팔렸다. 출시 1개월 만엔 출하량 10만대를 돌파하며 목표 판매량 30만대를 달성할 것이란 장미빛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임백은 지난해 약 13만대 판매에 그치며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쟁사에 얽매이지 않겠다던 문 사장의 포부는 독으로 작용했다. 적을 너무 몰랐던 것이다. 아임백은 SK텔레콤 ‘루나S’, KT '비와이' 등 이동통신사들이 출시한 전용폰의 벽을 넘지 못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제조업체들에게도 치였다.
이들과 아임백은 중저가 시장을 노렸지만 기능적 차이가 났다. 사양으로 봐도 이통사 전용폰들은 프리미엄 같은 중저가 제품이었고 아임백은 보급형같은 중저가 제품이었던 것이다. 비슷한 가격에 후자를 택하는 소비자가 있을리 만무했다.
아임백 구매시 제공된 블루투스 스피커 '스톤'도 젊은 층을 끌어오는데 역부족이었다. '집에 돌아오면 자동으로 불빛과 음악이 반겨준다'라는 식의 감성 마케팅은 부족한 실용성을 메우지 못했다. 스톤은 USB 단자가 없었고 충전을 위해선 전원과 연결해야만 했다. 음악을 듣는 도중 아임백으로 메세지가 오면 끊김음도 발생했다.
아임백이 LG유플러스를 통해 출시되지 않았던 점도 걸림돌이 됐다. 팬택은 사업자 세곳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론 LG유플러스를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이 살 곳 조차 부족했단 얘기다.
팬택은 올초 아임백의 후속작을 국내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가능성이 낮다. 그렇다고 팬택의 스마트폰 사업이 '올스톱'은 아니다.
현재의 상태는 '일시정지'에 가깝다. 아임백의 실패로 경영난을 겪은 팬택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팬택은 베트남을 타깃으로 조인트벤처(합작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통신사업자 자회사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아임백의 파생모델이나 새로운 모델을 유통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진출은 지난해 11월부터 나온 얘기지만 회사 측은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한다. 혹 가까운 시일내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더라도 현지에서 판매할 제품을 확정·생산·공급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멈춰진 스카이의 '특별한' 맷돌춤은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지난해 6월 열린 팬택 스카이 아임백(IM-100) 공개 기자간담회. 30초 분량의 티저 광고가 상영되자마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반가웠다. 한때 좋아했던 연예인이 오랜만에 TV에 나오는 걸 보는 감정이랄까. 몇몇 참석자들은 닭살이 돋을 정도라고 했다. 향수를 품은 스카이는 그렇게 다시 세상에 나왔다.
스카이는 누적 500만대 이상 팔린 국내 피처폰의 전설이다. 스카이는 SK텔레텍이 만들었지만 팬택이 인수하면서 팬택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팬택이 '베가'가 아닌 '스카이'를 택한 것은 스카이의 과거 성공을 재현하겠단 각오였다. 2015년 말 청산 직전의 팬택이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에 인수된 상황이라 더 간절했다.
당시 문지욱 팬택 사장은 "과거의 팬택은 시대를 앞서간다는 핑계로 고객이 아닌 경쟁사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젠 고객의 앞이 아닌 옆에서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제품의 하드웨어보다 고객의 감성을 중시하겠단 의미였다. 너도 나도 혁신기술을 앞세우는 스마트폰 시장에선 보기 드문 출사표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성적이었다. 스카이는 이들의 감성을 두드리는덴 성공했지만 지갑을 열진 못했다. 광고 음악과 모델, 브랜드 모두 10년전 그대로였지만 제품이 달랐던게 문제였다. 'It's different'를 외치던 스카이만의 '특별함'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초반 기세는 나쁘지 않았다. 아임백은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출시 일주일도 안돼 초도물량 3만대가 팔렸다. 출시 1개월 만엔 출하량 10만대를 돌파하며 목표 판매량 30만대를 달성할 것이란 장미빛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임백은 지난해 약 13만대 판매에 그치며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쟁사에 얽매이지 않겠다던 문 사장의 포부는 독으로 작용했다. 적을 너무 몰랐던 것이다. 아임백은 SK텔레콤 ‘루나S’, KT '비와이' 등 이동통신사들이 출시한 전용폰의 벽을 넘지 못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제조업체들에게도 치였다.
이들과 아임백은 중저가 시장을 노렸지만 기능적 차이가 났다. 사양으로 봐도 이통사 전용폰들은 프리미엄 같은 중저가 제품이었고 아임백은 보급형같은 중저가 제품이었던 것이다. 비슷한 가격에 후자를 택하는 소비자가 있을리 만무했다.
아임백 구매시 제공된 블루투스 스피커 '스톤'도 젊은 층을 끌어오는데 역부족이었다. '집에 돌아오면 자동으로 불빛과 음악이 반겨준다'라는 식의 감성 마케팅은 부족한 실용성을 메우지 못했다. 스톤은 USB 단자가 없었고 충전을 위해선 전원과 연결해야만 했다. 음악을 듣는 도중 아임백으로 메세지가 오면 끊김음도 발생했다.
아임백이 LG유플러스를 통해 출시되지 않았던 점도 걸림돌이 됐다. 팬택은 사업자 세곳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론 LG유플러스를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이 살 곳 조차 부족했단 얘기다.
팬택은 올초 아임백의 후속작을 국내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가능성이 낮다. 그렇다고 팬택의 스마트폰 사업이 '올스톱'은 아니다.
현재의 상태는 '일시정지'에 가깝다. 아임백의 실패로 경영난을 겪은 팬택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팬택은 베트남을 타깃으로 조인트벤처(합작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통신사업자 자회사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아임백의 파생모델이나 새로운 모델을 유통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진출은 지난해 11월부터 나온 얘기지만 회사 측은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한다. 혹 가까운 시일내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더라도 현지에서 판매할 제품을 확정·생산·공급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멈춰진 스카이의 '특별한' 맷돌춤은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