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뷰] 최민식 "정치 피로도 높아…돈 주고 '특별시민' 볼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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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제 감독 연출 영화 '특별시민'
부패한 시장 역 최민식 인터뷰
"대선 앞두고 개봉, 양날의 검"
"현 정치 풍토 비판하려 만들어…"
부패한 시장 역 최민식 인터뷰
"대선 앞두고 개봉, 양날의 검"
"현 정치 풍토 비판하려 만들어…"
대한민국은 지금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그야말로 정치적 격동의 시대다.
지난해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헌정 사상 처음 대통령은 탄핵을 피하지 못했다. 혹자는 현실이 최악인 상황에서 더는 정치 영화가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을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최민식, 곽도원 주연의 영화 '특별시민'(박인제 감독)은 그래서 더 의미 있다.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정치인 변종구를 통해 우리의 상상 속에나 등장했던 선거판의 뒷단이 사실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이야기한다. 디테일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 출연 배우의 날카로운 연기는 식상할 법한 설정을 '그쯤이야' 하고 가볍게 잊게 한다.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문화, 예술인들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지목되기도 한 상황에서 최민식의 '특별시민' 출연은 용기 있는 선택 같았다. 하지만 최민식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은 지금으로부터 3년여 전, '특별시민' 시나리오를 받은 뒤 박인제 감독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처음 제작 회의를 할 때는 '비선실세' 같은 것은 잠잠했습니다. 우리 의식 속에 정치인의 인식은 썩 좋지만은 않잖아요. 국민을 대신해 일하는 사람들이 왜 이런 스트레스를 주는 건지. 그 동안의 잔상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테이블에 올려놓고 난도질을 했죠. 아이디어가 너무 많이 모여서 열 시간짜리 만들어도 됐을 것 같아요." '특별시민'은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최민식)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치열한 선거전을 그린 영화다. 변종구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뛰어난 언변과 철저한 이미지 관리, 폭넓은 인맥을 이용한 정치 9단의 면모로 승세를 이어가지만 상대 후보의 추격, 사건 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위기를 맞는다.
최민식은 기존 한국영화에 없었던 정치인 캐릭터를 만들어내 마치 실존인물 같은 몰입감을 부여한다. 캐릭터의 톤 앤 매너는 그 스스로 창조해냈다.
"현실의 정치나 특정 정당, 사건을 대대적으로 발췌해 묘사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행할법한 공통적인 폐단을 담아냈죠. 이런 영화가 시종일관 진지하고 무거우면 재미없잖아요. 많이 신경을 썼던 부분이 유머에요. 블랙 코미디 적 요소를 가미해 경쾌하면서 가치가 있는 영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특별시민'의 촬영은 지난해 8월에 끝났지만 올해 4월 26일 스크린에 걸리게 됐다.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대선이 앞당겨진 상황에서 절묘한 개봉 스케줄이다.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기가 막힌 타이밍에 개봉한다고 하기도 해요. 저는 그 반대로 대중들이 정치에 대한 피로도가 쌓여있는데 돈 주고 와서 보겠나 싶었어요. 과연 현실 만큼 재밌을까? 하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세게 가도 될 뻔했습니다.(웃음)"
영화의 제목은 시나리오 초고부터 '특별시민'이었다. 최민식은 "더 좋은 걸 찾기도 했는데 결국 '특별시민'이 됐다"며 "유권자를 뜻하기도 하고 아주 특별한 시민, 특정 계층을 담는 함축의 의미가 담겨있다"라고 설명했다. 부패한 시장 역할을 연기하면서 최민식은 정치인의 자격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은 공인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민이 임무를 부여한 사람이죠. 하지만 우리는 이들이 권력을 갖게 되고 초심이 변질되면서 사익을 위해 힘을 휘두르는 걸 많이 봐 왔어요. 대통령부터 시작해 정치인은 공인에 대한 인식과 철학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생각과 맑은 정신으로 사명감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특별시민'은 정치 세계를 밀도 있고 디테일하게 담아냈다. 최민식은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관객의 허를 찌른다.
"현재 정치 풍토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해 만든 영화입니다. 대통령의 일대기나, 특정 정치인을 욕하자고 만든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죽이 되나 밥이 되나 내 안에서 변종구를 끄집어냈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자존심일 수 있는 부분이죠. 누구를 참고했다고 하면 우리 영화의 주제 의식이 궤적에 갇혀 좁아지게 되니까요."
최민식은 이 영화에서 전작 '올드보이' 만두 신과 견주어도 될 만큼 날 것의 '먹방' 연기를 펼쳤다.
"고깃집 설정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고기 쌈을 우적우적 먹으며, 상대 배우의 입에 우겨 넣어주죠. 도시락신도 그래요. 세월호 사건 때 생존자를 구하자는 위급한 상황에서 사발면을 먹었던 분을 떠올리며 만들어낸 장면입니다.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면서 비꼬고 싶었죠."
그는 1997년 '넘버3'부터 '해피엔드'(1999), '파이란'(2001),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신세계'(2013), '명량'(2014)까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들의 타이틀롤로서 대중에게 사랑받아왔다. 올해로 쉰 여섯살이 됐지만 매 작품이 그의 전성기다.
"아직 연기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간간히 불안하고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영화서 안 찾아주면 연극을 하면 되지' 하는 마음은 있어요. 항상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합니다. 말하고 보니 웃기네요."
배우 생활을 한 지 30여 년이 됐지만 최민식은 아직도 '고프다'고 했다. "건방져 보일 수 있지만 새로운 것에 너무 고파요. 예전에는 '이거 표현해낼 수 있을까' 하던 시절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장르나,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이라기보다 무모한 여유가 생겼어요. 나이 먹기 전에, 물론 지금도 젊지만(웃음)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그는 팀 버튼의 영화를 좋아하고, '미녀와 야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외화를 부러워했다. "우리나라도 애니메이션 잘 만들잖아요. 실사판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타조알 같은 캐릭터를 뒤집어 쓰고 연기하면, 와...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물론 목놓아 기다리는 장르는 격정멜로입니다. 하하."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최민식 사진=쇼박스 제공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지난해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헌정 사상 처음 대통령은 탄핵을 피하지 못했다. 혹자는 현실이 최악인 상황에서 더는 정치 영화가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을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최민식, 곽도원 주연의 영화 '특별시민'(박인제 감독)은 그래서 더 의미 있다.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정치인 변종구를 통해 우리의 상상 속에나 등장했던 선거판의 뒷단이 사실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이야기한다. 디테일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 출연 배우의 날카로운 연기는 식상할 법한 설정을 '그쯤이야' 하고 가볍게 잊게 한다.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문화, 예술인들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지목되기도 한 상황에서 최민식의 '특별시민' 출연은 용기 있는 선택 같았다. 하지만 최민식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은 지금으로부터 3년여 전, '특별시민' 시나리오를 받은 뒤 박인제 감독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처음 제작 회의를 할 때는 '비선실세' 같은 것은 잠잠했습니다. 우리 의식 속에 정치인의 인식은 썩 좋지만은 않잖아요. 국민을 대신해 일하는 사람들이 왜 이런 스트레스를 주는 건지. 그 동안의 잔상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테이블에 올려놓고 난도질을 했죠. 아이디어가 너무 많이 모여서 열 시간짜리 만들어도 됐을 것 같아요." '특별시민'은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최민식)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치열한 선거전을 그린 영화다. 변종구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뛰어난 언변과 철저한 이미지 관리, 폭넓은 인맥을 이용한 정치 9단의 면모로 승세를 이어가지만 상대 후보의 추격, 사건 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위기를 맞는다.
최민식은 기존 한국영화에 없었던 정치인 캐릭터를 만들어내 마치 실존인물 같은 몰입감을 부여한다. 캐릭터의 톤 앤 매너는 그 스스로 창조해냈다.
"현실의 정치나 특정 정당, 사건을 대대적으로 발췌해 묘사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행할법한 공통적인 폐단을 담아냈죠. 이런 영화가 시종일관 진지하고 무거우면 재미없잖아요. 많이 신경을 썼던 부분이 유머에요. 블랙 코미디 적 요소를 가미해 경쾌하면서 가치가 있는 영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특별시민'의 촬영은 지난해 8월에 끝났지만 올해 4월 26일 스크린에 걸리게 됐다.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대선이 앞당겨진 상황에서 절묘한 개봉 스케줄이다.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기가 막힌 타이밍에 개봉한다고 하기도 해요. 저는 그 반대로 대중들이 정치에 대한 피로도가 쌓여있는데 돈 주고 와서 보겠나 싶었어요. 과연 현실 만큼 재밌을까? 하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세게 가도 될 뻔했습니다.(웃음)"
영화의 제목은 시나리오 초고부터 '특별시민'이었다. 최민식은 "더 좋은 걸 찾기도 했는데 결국 '특별시민'이 됐다"며 "유권자를 뜻하기도 하고 아주 특별한 시민, 특정 계층을 담는 함축의 의미가 담겨있다"라고 설명했다. 부패한 시장 역할을 연기하면서 최민식은 정치인의 자격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은 공인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민이 임무를 부여한 사람이죠. 하지만 우리는 이들이 권력을 갖게 되고 초심이 변질되면서 사익을 위해 힘을 휘두르는 걸 많이 봐 왔어요. 대통령부터 시작해 정치인은 공인에 대한 인식과 철학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생각과 맑은 정신으로 사명감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특별시민'은 정치 세계를 밀도 있고 디테일하게 담아냈다. 최민식은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관객의 허를 찌른다.
"현재 정치 풍토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해 만든 영화입니다. 대통령의 일대기나, 특정 정치인을 욕하자고 만든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죽이 되나 밥이 되나 내 안에서 변종구를 끄집어냈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자존심일 수 있는 부분이죠. 누구를 참고했다고 하면 우리 영화의 주제 의식이 궤적에 갇혀 좁아지게 되니까요."
최민식은 이 영화에서 전작 '올드보이' 만두 신과 견주어도 될 만큼 날 것의 '먹방' 연기를 펼쳤다.
"고깃집 설정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고기 쌈을 우적우적 먹으며, 상대 배우의 입에 우겨 넣어주죠. 도시락신도 그래요. 세월호 사건 때 생존자를 구하자는 위급한 상황에서 사발면을 먹었던 분을 떠올리며 만들어낸 장면입니다.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면서 비꼬고 싶었죠."
그는 1997년 '넘버3'부터 '해피엔드'(1999), '파이란'(2001),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신세계'(2013), '명량'(2014)까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들의 타이틀롤로서 대중에게 사랑받아왔다. 올해로 쉰 여섯살이 됐지만 매 작품이 그의 전성기다.
"아직 연기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간간히 불안하고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영화서 안 찾아주면 연극을 하면 되지' 하는 마음은 있어요. 항상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합니다. 말하고 보니 웃기네요."
배우 생활을 한 지 30여 년이 됐지만 최민식은 아직도 '고프다'고 했다. "건방져 보일 수 있지만 새로운 것에 너무 고파요. 예전에는 '이거 표현해낼 수 있을까' 하던 시절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장르나,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이라기보다 무모한 여유가 생겼어요. 나이 먹기 전에, 물론 지금도 젊지만(웃음)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그는 팀 버튼의 영화를 좋아하고, '미녀와 야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외화를 부러워했다. "우리나라도 애니메이션 잘 만들잖아요. 실사판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타조알 같은 캐릭터를 뒤집어 쓰고 연기하면, 와...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물론 목놓아 기다리는 장르는 격정멜로입니다. 하하."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최민식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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