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오디션방서 야생방으로…'자연의 힐링' 찾아 나선 예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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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콘텐츠
SBS '주먹쥐고 뱃고동'·O tvN '주말엔 숲으로'
욜로·슬로라이프 열풍에 숲 등 자연 다룬 예능 잇따라
바다서 문어 잡아 먹고 숲속서 해먹 펼쳐 낮잠 자고
지친 도시인들에게 로망 선물
SBS '주먹쥐고 뱃고동'·O tvN '주말엔 숲으로'
욜로·슬로라이프 열풍에 숲 등 자연 다룬 예능 잇따라
바다서 문어 잡아 먹고 숲속서 해먹 펼쳐 낮잠 자고
지친 도시인들에게 로망 선물
“세상 사는 거 별거 없어. 돈이고 뭐고 쓸데없어. 바다에서 일도 하고 문어라면도 먹는 게 진짜지.”
경북 울진군 죽변항에서 거친 파도와 싸워가며 새벽 조업을 한다. 기다림 끝에 1m가 넘는 대왕문어를 잡는다. 다같이 환호하며 문어 숙회를 만들더니 문어라면까지 푸짐하게 끓여 먹는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한 기분과 색다른 맛. 가수 이상민은 문어라면을 한입 가득 먹고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웃었고, 개그맨 김병만, 가수 황치열 등도 대왕문어 조업의 재미에 푹 빠졌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5일 첫 방송을 내보낸 SBS 예능 ‘주먹쥐고 뱃고동’. 연예인들이 전국의 바다와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조업도 한다. ◆예능 안으로 들어온 자연, 야생
자연과 야생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SBS ‘주먹쥐고 뱃고동’, O tvN의 ‘주말엔 숲으로’가 대표적이다. 일반인 중심의 교양 프로그램에 머물던 자연, 야생 소재가 이제 본격적으로 예능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연예인들이 바다와 숲에 찾아가 현지에서 삶을 체험하면서 다양한 웃음을 전한다는 콘셉트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불고 있는 욜로, 슬로라이프 열풍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앞글자를 딴 말로 ‘인생은 한 번뿐’이란 뜻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를 이른다. 슬로라이프(slow life)도 ‘빨리빨리’만을 외치며 살아가는 삶에서 잠시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를 되찾는 것을 의미한다. 20~40대를 중심으로 강하게 불고 있는 이들 열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여행 그리고 휴식이다. 복잡하게 얽힌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삼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 것이다.
여행을 하는 예능은 그동안 많았다. 하지만 진짜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 체험하고 즐기는 예능은 흔치 않았다. ‘주먹쥐고 뱃고동’ ‘주말엔 숲으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연과 야생에 더 깊이 들어간다. 최근 2~3년 사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예능 포맷에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늘 먹기만 하고(먹방) 경쟁하는(오디션) 내용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재를 원하는 것이다.
◆바다와 숲의 휴식에 대한 로망
‘주먹쥐고 뱃고동’은 올해 설 명절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먼저 방영됐다. 당시 시청자 반응이 좋아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이 프로그램은 200년 전 정약전 선생이 쓴 조선시대 해양 백과사전 ‘자산어보’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 바다 곳곳을 탐사한다. 문어뿐만 아니라 새우까지 잡으며 대결을 펼치고 어류 퀴즈 대결도 한다.
‘무한도전’ ‘불후의 명곡’ 등 막강한 동시간대 프로그램 탓에 아직은 4.8% 정도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파일럿 프로그램 당시 다양한 시청자층을 사로잡은 만큼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이영준 PD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같이 볼 수 있어 가족 시청자를 사로잡을 것”이라며 “바다와 많은 해양 생물을 통해 다채롭고 색다른 재미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방영된 ‘주말엔 숲으로’는 도시에 사는 현대인의 로망을 실현해준다. 일상에서 벗어나 주말만큼은 자연을 찾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실제로 욜로 생활을 하고 있는 인물을 찾아가 함께 즐긴다. 제주도로 떠난 배우 주상욱, 개그맨 김용만 등은 로망을 찾아 각각 바다와 산으로 향했다. 주상욱은 낚시 도중 바다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돌고래들을 만났고, 카메라엔 경이로운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용만은 숲속에 해먹을 설치했다. 해먹에 누워 블루투스 스피커로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온전한 휴식을 즐겼다. 네티즌은 “숲속에서 해먹에 누워 있는 영화 같은 일을 나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압권은 삼나무 숲에서 다같이 자유롭게 드럼을 치는 장면이었다. 이들은 욜로족 김형우 씨의 친구들과 함께 드럼과 다양한 타악기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숲속에서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소리에 보는 이의 가슴도 뻥 뚫렸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BS도 개그맨 김국진과 은퇴한 손연재 선수를 내세워 ‘이것이 야생이다’를 방영할 예정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주말엔 숲으로’에 나온 욜로족 김형우 씨의 말에 그대로 담겨 있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을 즐기며 살라.”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경북 울진군 죽변항에서 거친 파도와 싸워가며 새벽 조업을 한다. 기다림 끝에 1m가 넘는 대왕문어를 잡는다. 다같이 환호하며 문어 숙회를 만들더니 문어라면까지 푸짐하게 끓여 먹는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한 기분과 색다른 맛. 가수 이상민은 문어라면을 한입 가득 먹고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웃었고, 개그맨 김병만, 가수 황치열 등도 대왕문어 조업의 재미에 푹 빠졌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5일 첫 방송을 내보낸 SBS 예능 ‘주먹쥐고 뱃고동’. 연예인들이 전국의 바다와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조업도 한다. ◆예능 안으로 들어온 자연, 야생
자연과 야생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SBS ‘주먹쥐고 뱃고동’, O tvN의 ‘주말엔 숲으로’가 대표적이다. 일반인 중심의 교양 프로그램에 머물던 자연, 야생 소재가 이제 본격적으로 예능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연예인들이 바다와 숲에 찾아가 현지에서 삶을 체험하면서 다양한 웃음을 전한다는 콘셉트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불고 있는 욜로, 슬로라이프 열풍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앞글자를 딴 말로 ‘인생은 한 번뿐’이란 뜻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를 이른다. 슬로라이프(slow life)도 ‘빨리빨리’만을 외치며 살아가는 삶에서 잠시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를 되찾는 것을 의미한다. 20~40대를 중심으로 강하게 불고 있는 이들 열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여행 그리고 휴식이다. 복잡하게 얽힌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삼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 것이다.
여행을 하는 예능은 그동안 많았다. 하지만 진짜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 체험하고 즐기는 예능은 흔치 않았다. ‘주먹쥐고 뱃고동’ ‘주말엔 숲으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연과 야생에 더 깊이 들어간다. 최근 2~3년 사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예능 포맷에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늘 먹기만 하고(먹방) 경쟁하는(오디션) 내용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재를 원하는 것이다.
◆바다와 숲의 휴식에 대한 로망
‘주먹쥐고 뱃고동’은 올해 설 명절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먼저 방영됐다. 당시 시청자 반응이 좋아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이 프로그램은 200년 전 정약전 선생이 쓴 조선시대 해양 백과사전 ‘자산어보’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 바다 곳곳을 탐사한다. 문어뿐만 아니라 새우까지 잡으며 대결을 펼치고 어류 퀴즈 대결도 한다.
‘무한도전’ ‘불후의 명곡’ 등 막강한 동시간대 프로그램 탓에 아직은 4.8% 정도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파일럿 프로그램 당시 다양한 시청자층을 사로잡은 만큼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이영준 PD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같이 볼 수 있어 가족 시청자를 사로잡을 것”이라며 “바다와 많은 해양 생물을 통해 다채롭고 색다른 재미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방영된 ‘주말엔 숲으로’는 도시에 사는 현대인의 로망을 실현해준다. 일상에서 벗어나 주말만큼은 자연을 찾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실제로 욜로 생활을 하고 있는 인물을 찾아가 함께 즐긴다. 제주도로 떠난 배우 주상욱, 개그맨 김용만 등은 로망을 찾아 각각 바다와 산으로 향했다. 주상욱은 낚시 도중 바다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돌고래들을 만났고, 카메라엔 경이로운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용만은 숲속에 해먹을 설치했다. 해먹에 누워 블루투스 스피커로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온전한 휴식을 즐겼다. 네티즌은 “숲속에서 해먹에 누워 있는 영화 같은 일을 나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압권은 삼나무 숲에서 다같이 자유롭게 드럼을 치는 장면이었다. 이들은 욜로족 김형우 씨의 친구들과 함께 드럼과 다양한 타악기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숲속에서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소리에 보는 이의 가슴도 뻥 뚫렸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BS도 개그맨 김국진과 은퇴한 손연재 선수를 내세워 ‘이것이 야생이다’를 방영할 예정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주말엔 숲으로’에 나온 욜로족 김형우 씨의 말에 그대로 담겨 있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을 즐기며 살라.”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