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마을운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버려야
4월22일은 정부가 법률로 정한 ‘새마을의 날’이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 4월22일 제창됐으니 오늘로 만 47세가 됐다. 당시 정치상황에 대한 엇갈린 해석에도 불구하고 새마을운동이 한국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새마을운동의 성과를 정치와 분리해 재평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엔의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는 2000년 한국의 새마을운동 경험을 농촌발전의 모범사례로 선언하고 아·태지역 빈곤국가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유네스코는 2013년 새마을운동에 대한 2만2000여점의 문건을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유엔개발계획(UNDP)도 새마을운동 방식으로 개발도상국 혹은 저개발국의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새마을운동 추진조직을 갖추고 있는 33개 국가가 ‘새마을운동글로벌리그(SGL)’를 결성해 새마을운동 접근방식을 전파하고, 나라별 성공사례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만의 발전경험이 지구촌 공동번영의 씨앗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새마을운동에 대한 국내의 오해와 편견은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와 대조적이다. 필자 역시 1970년대 시대인식 틀로 새마을운동을 마름질하고 있었다. 새마을운동을 자신만의 경험과 가치관으로 당시 정치상황과 연결해 오해와 편견을 키워온 것이다.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새마을운동 관련 마을지(誌)를 보면 현재 새마을운동에 대한 우리 국민의 오해와 편견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오해는 상황변수를 사실관계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편견은 단편적 경험을 전부인 양 유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이런 오해와 편견은 객관적 사실관계를 외면하게 만들고 본질을 왜곡한다.

새마을운동은 정부의 큰 관심과 시멘트 등 약간의 건축자재 지원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마을의 공동번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마을 주민이 결정하도록 추진됐다. 정부의 물자지원은 주민들로부터 근면, 자조, 협동정신을 촉발하기 위한 마중물에 불과했다. 필자의 계산에 의하면 마을 주민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 투자된 모든 재원의 70% 이상을 출연했다. 이런 새마을운동 접근방식은 오늘날 발전현상을 설명하는 핵심용어인 협치(協治)를 구축하고 사회적 자본을 축적했으며 지속가능성을 실천했다. 1970년대에는 학계에서조차 이런 핵심용어를 깊이 다루지 않았다. 새마을운동의 비교우위가 여기에 있다. 특히 새마을운동은 정권에 관계없이 공동체 형성을 통해 빈곤문제, 환경문제, 사회문제, 문화격차 등을 해결, 완화,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 물론 새마을운동도 추진과정에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릇된 점을 이유로 좋은 점을 폄하한다면 발전할 수 없다. 새마을운동이 진화를 거듭하며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다.

새마을운동은 마을발전에 그치지 않고 나라가 어지러울 때 중심을 잡았고 나라가 어려울 때 국난극복에 앞장섰다. 새마을운동은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기에 가장 진보적이었고 구태를 탈피해 미래를 도모하기 위한 혁신이었다. 많은 나라가 우리의 새마을운동 경험을 본받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가 따르고자 하는데 우리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2017년 ‘새마을의 날’을 계기로 새마을운동이 시대상황과 특정 정치인으로부터 자유롭게 인식되기를 바란다. 오해와 편견을 버리지 못하면 역사를 바로 볼 수 없으며, 역사를 바로 보지 않으면 미래를 가꿀 수 없다.

소진광 < 가천대 교수·행정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