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북핵 위협 고조…우리도 핵무장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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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외에서 ‘한반도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다. ‘공포의 균형’ 차원에서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논리다. 북핵 수준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손놓고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미국의 미묘한 변화에도 주목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상황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독자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서는 게 어렵다면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술 핵무기란 야포 같은 재래식무기나 단거리 미사일로 발사하는 소형 핵탄두 등을 일컫는 말이다. 핵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쏘는 ‘전략 핵무기’와는 다르다. 한국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주한미군이 보유한 전술핵을 철수시켰다.
반론도 만만찮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도 사라지고 동북아 정세를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보 불안을 가중시킨 1차 책임이 북한에 있다 하더라도 우리마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서면 파국을 불러올 게 뻔하다는 것도 핵무장 반대론자들의 핵심 논리다. 찬반 양론은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수 진영 후보들은 찬성하는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중도나 진보 진영 측은 결사 반대한다. 복잡하게 나뉜 핵무장 논의도 이번 대선의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찬성 - 北核 위협 맞서 '힘의 균형' 필요…美와 전술핵 재배치부터 협의해야
북핵은 한국의 재래무기와는 비교 안될 위협
멈출 줄 모르는 북한의 핵무장 행보가 기존 핵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인가?
핵정치학을 전공하는 전문가들에게는 군침이 도는 연구과제다. 하지만 직접 북핵으로부터 생존을 지켜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새로운 선택을 강요하는 처절한 안보 현실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핵질서를 관리하는 책임자로서 동맹국에 핵무장을 허용하지 않고 핵우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핵무기의 수평적 확산을 억제해왔다. 이런 반(反)확산 정책 아래 미국은 일본의 핵무장을 봉쇄했다. 이어 1970년대 한국과 1980년대 대만의 핵무장 시도도 무산시켰다.
하지만 철옹성처럼 확고하던 미국의 반확산 정책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달 18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중국으로 가는 도중 기자회견에서 “상황 전개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핵전략 이론에 따르면 핵보유국과 대치하는 비핵국에는 ‘맞아 죽는 것’과 ‘미리 굴복하는 것’ 이외의 선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북핵은 우리의 우수한 재래무기나 월등한 경제력으로는 상쇄할 수 없는 비대칭 수단이다. 한국이 당당한 대북자세를 견지할 수 있는 것은 핵우산이다. 북한의 대남 핵공격 시 미국이 응징할 것이라는 약속이 핵균형을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북한은 단순히 핵무기 몇 개를 보유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으로선 핵우산의 충분성과 지속성에 대한 불안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동북아시아 차원의 핵정치는 더욱 복잡하다. 지금까지 중국은 공식적으로 북핵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비공식으론 북한 정권의 생존을 돕고 북핵을 방조하는 이중플레이를 펼쳐왔다. 러시아도 이에 공조해왔다. 미·중 간 패권경쟁이 펼쳐지는 신냉전 구도 아래에서 북핵으로 인한 ‘외교적 부담’보다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을 견제해주는 ‘전략적 자산’이라는 측면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동북아에서 중국과 러시아, 북한 중심의 ‘북방삼각’과 한·미·일 남방삼각 간 대치가 선명해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중국과 북한 간 핵공모 속에서 북방의 세 나라 모두가 핵보유국이 돼버린 상황에서, 미국이 무한정 동맹국의 핵무장을 금지하는 게 현명한 일인지도 의문스럽다.
중국이 북핵을 무한정 방치하고 주변국을 위협하는 팽창주의적 대외기조를 지속한다면 언젠가 기존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는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일본, 대만, 베트남 등이 새로운 핵보유국으로 등장하는 핵확산 도미노로도 이어질 수 있다.
북핵의 고도화가 지속된다면 한국으로선 국가 생존을 위해 핵균형을 담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 전술핵의 재반입, 자위적 핵무장, 핵무장 잠재력 배양 등의 선택지를 놓고 고심해야 한다. 미 전술핵의 재배치는 양국 간 합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므로 동맹에 충격을 줄 요인은 없다. 이에 비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쓴 핵무장은 조금 다르다. 우리 경제나 외교에 주는 충격이 막대하기 때문에 당장 한국이 그런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이 기존의 반확산 기조를 변경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지금 한국에 시급한 과제는 동맹차원에서 전술핵 재반입을 협의하면서 독자적으로는 핵무장 잠재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핵잠재력은 상당 수준까지 합법의 범위 내에서 배양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국제규범을 위배하거나 NPT를 탈퇴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결국 정부의 의지와 결단에 달린 문제다. 현재 뛰고 있는 대선후보들이 다가오는 전략환경을 내다보는 지도자라면 차기 정부가 이런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고 북핵 문제에 임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반대 - '핵에는 핵' 대응은 공포 불러…美 반대 확고해 현실성도 떨어져
일본·대만 등 핵무장 도미노 불러올 가능성도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했다. 북한 노동당은 ‘핵무력과 경제건설 병진’을 항구적 노선으로 규정했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태양절 축하연설에서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핵타격전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선제타격론과 이에 맞선 북한의 핵타격 대응론은 한반도를 핵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무장론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징후와 우리의 대선국면이 겹쳐지면서 확산되고 있다. 핵무장론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지닌다. 핵에 대해 핵으로 맞서겠다는 동등한 억지력의 확보일 수도 있다. 공포의 균형은 첨단무기의 각축장을 만들 뿐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는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핵무장론은 비현실적이다. 첫째, 실현 가능성이 낮다. 핵무장을 하려면 미국과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농축과 재처리에 대한 한국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2004년 대덕연구단지에서 몰래 한 농축실험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강하고 거칠었다.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미국의 답변은 당연히 “아니오”다. 핵무장을 위해 NPT를 탈퇴하는 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 핵연료공급그룹(NSG)으로부터 핵연료 공급이 중단된다. 원자력 발전소의 전력생산이 멈추면 한국은 암흑천지로 변한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한국이 제2의 북한으로 추락하는 건 명약관화다.
둘째, 북한의 비핵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의 핵무장은 북한 핵보유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남북이 모두 핵을 보유하면 한반도는 핵무기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 핵 도미노 현상에 의해 일본과 대만까지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동아시아의 평화는 요원하다. 우리는 그동안 일관되게 비핵화 노력을 기울였다. 1992년 남북비핵화 공동선언을 이끌었고 NPT를 비롯한 국제규범을 준수해왔다. 원전수출국으로서 평화적인 핵이용에 앞장섰다. 핵물질 감소와 테러집단에의 악용을 막는 핵안보정상회의도 열었다. 우리가 핵무장을 한다면 좋아할 나라는 일본이다. ‘전쟁할 수 없는 나라’에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헌법을 개정할 명분을 축적할 수 있다.
물론 핵무장론의 1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다. 그러나 책임을 묻기에는 시간이 없다. 북핵불용의 원칙 아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압박과 대화의 병행전략이 현실적 접근이다. 북한의 도발에는 징벌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 총과 칼은 평화를 지킬 수는 있어도 평화를 만들 수는 없다. 양자대화와 다자대화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비핵화는 체제위협 요인 제거에서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핵문제는 ‘넌-루가법’에 의해 체제보장과 경제적 보상으로 해결됐다. 이란의 비핵화 합의는 제재와 대화라는 병행전략의 산물이다. 모두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반도 비핵화는 동시행동의 원칙이 중요하다.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선언 대 선언이 시작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해야 한다. 이어 한·미는 합동군사훈련에 4대 전략무기 동원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 중국은 합의 불이행에 대한 제재압박 공조에 적극 참여를 선언해야 한다. 남북회담과 북미회담, 6자회담의 수순이 현실적이다. 검증에 이어 다음 단계로의 이행을 위해 동결, 불능화, 폐기의 단계적 접근이 설득력을 지닌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대타협을 6자정상회담을 통해 선언하면 더욱 좋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복잡하다. 남북과 미·중까지 4자가 참여하는 가칭 ‘한반도 평화포럼’이나 ‘평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잠정협정과 평화협정 수순으로 진행하는 게 현실적이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는 정책적으로 분리하고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독자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서는 게 어렵다면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술 핵무기란 야포 같은 재래식무기나 단거리 미사일로 발사하는 소형 핵탄두 등을 일컫는 말이다. 핵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쏘는 ‘전략 핵무기’와는 다르다. 한국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주한미군이 보유한 전술핵을 철수시켰다.
반론도 만만찮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도 사라지고 동북아 정세를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보 불안을 가중시킨 1차 책임이 북한에 있다 하더라도 우리마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서면 파국을 불러올 게 뻔하다는 것도 핵무장 반대론자들의 핵심 논리다. 찬반 양론은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수 진영 후보들은 찬성하는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중도나 진보 진영 측은 결사 반대한다. 복잡하게 나뉜 핵무장 논의도 이번 대선의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찬성 - 北核 위협 맞서 '힘의 균형' 필요…美와 전술핵 재배치부터 협의해야
북핵은 한국의 재래무기와는 비교 안될 위협
멈출 줄 모르는 북한의 핵무장 행보가 기존 핵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인가?
핵정치학을 전공하는 전문가들에게는 군침이 도는 연구과제다. 하지만 직접 북핵으로부터 생존을 지켜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새로운 선택을 강요하는 처절한 안보 현실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핵질서를 관리하는 책임자로서 동맹국에 핵무장을 허용하지 않고 핵우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핵무기의 수평적 확산을 억제해왔다. 이런 반(反)확산 정책 아래 미국은 일본의 핵무장을 봉쇄했다. 이어 1970년대 한국과 1980년대 대만의 핵무장 시도도 무산시켰다.
하지만 철옹성처럼 확고하던 미국의 반확산 정책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달 18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중국으로 가는 도중 기자회견에서 “상황 전개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핵전략 이론에 따르면 핵보유국과 대치하는 비핵국에는 ‘맞아 죽는 것’과 ‘미리 굴복하는 것’ 이외의 선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북핵은 우리의 우수한 재래무기나 월등한 경제력으로는 상쇄할 수 없는 비대칭 수단이다. 한국이 당당한 대북자세를 견지할 수 있는 것은 핵우산이다. 북한의 대남 핵공격 시 미국이 응징할 것이라는 약속이 핵균형을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북한은 단순히 핵무기 몇 개를 보유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으로선 핵우산의 충분성과 지속성에 대한 불안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동북아시아 차원의 핵정치는 더욱 복잡하다. 지금까지 중국은 공식적으로 북핵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비공식으론 북한 정권의 생존을 돕고 북핵을 방조하는 이중플레이를 펼쳐왔다. 러시아도 이에 공조해왔다. 미·중 간 패권경쟁이 펼쳐지는 신냉전 구도 아래에서 북핵으로 인한 ‘외교적 부담’보다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을 견제해주는 ‘전략적 자산’이라는 측면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동북아에서 중국과 러시아, 북한 중심의 ‘북방삼각’과 한·미·일 남방삼각 간 대치가 선명해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중국과 북한 간 핵공모 속에서 북방의 세 나라 모두가 핵보유국이 돼버린 상황에서, 미국이 무한정 동맹국의 핵무장을 금지하는 게 현명한 일인지도 의문스럽다.
중국이 북핵을 무한정 방치하고 주변국을 위협하는 팽창주의적 대외기조를 지속한다면 언젠가 기존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는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일본, 대만, 베트남 등이 새로운 핵보유국으로 등장하는 핵확산 도미노로도 이어질 수 있다.
북핵의 고도화가 지속된다면 한국으로선 국가 생존을 위해 핵균형을 담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 전술핵의 재반입, 자위적 핵무장, 핵무장 잠재력 배양 등의 선택지를 놓고 고심해야 한다. 미 전술핵의 재배치는 양국 간 합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므로 동맹에 충격을 줄 요인은 없다. 이에 비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쓴 핵무장은 조금 다르다. 우리 경제나 외교에 주는 충격이 막대하기 때문에 당장 한국이 그런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이 기존의 반확산 기조를 변경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지금 한국에 시급한 과제는 동맹차원에서 전술핵 재반입을 협의하면서 독자적으로는 핵무장 잠재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핵잠재력은 상당 수준까지 합법의 범위 내에서 배양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국제규범을 위배하거나 NPT를 탈퇴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결국 정부의 의지와 결단에 달린 문제다. 현재 뛰고 있는 대선후보들이 다가오는 전략환경을 내다보는 지도자라면 차기 정부가 이런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고 북핵 문제에 임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반대 - '핵에는 핵' 대응은 공포 불러…美 반대 확고해 현실성도 떨어져
일본·대만 등 핵무장 도미노 불러올 가능성도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했다. 북한 노동당은 ‘핵무력과 경제건설 병진’을 항구적 노선으로 규정했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태양절 축하연설에서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핵타격전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선제타격론과 이에 맞선 북한의 핵타격 대응론은 한반도를 핵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무장론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징후와 우리의 대선국면이 겹쳐지면서 확산되고 있다. 핵무장론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지닌다. 핵에 대해 핵으로 맞서겠다는 동등한 억지력의 확보일 수도 있다. 공포의 균형은 첨단무기의 각축장을 만들 뿐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는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핵무장론은 비현실적이다. 첫째, 실현 가능성이 낮다. 핵무장을 하려면 미국과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농축과 재처리에 대한 한국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2004년 대덕연구단지에서 몰래 한 농축실험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강하고 거칠었다.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미국의 답변은 당연히 “아니오”다. 핵무장을 위해 NPT를 탈퇴하는 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 핵연료공급그룹(NSG)으로부터 핵연료 공급이 중단된다. 원자력 발전소의 전력생산이 멈추면 한국은 암흑천지로 변한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한국이 제2의 북한으로 추락하는 건 명약관화다.
둘째, 북한의 비핵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의 핵무장은 북한 핵보유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남북이 모두 핵을 보유하면 한반도는 핵무기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 핵 도미노 현상에 의해 일본과 대만까지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동아시아의 평화는 요원하다. 우리는 그동안 일관되게 비핵화 노력을 기울였다. 1992년 남북비핵화 공동선언을 이끌었고 NPT를 비롯한 국제규범을 준수해왔다. 원전수출국으로서 평화적인 핵이용에 앞장섰다. 핵물질 감소와 테러집단에의 악용을 막는 핵안보정상회의도 열었다. 우리가 핵무장을 한다면 좋아할 나라는 일본이다. ‘전쟁할 수 없는 나라’에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헌법을 개정할 명분을 축적할 수 있다.
물론 핵무장론의 1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다. 그러나 책임을 묻기에는 시간이 없다. 북핵불용의 원칙 아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압박과 대화의 병행전략이 현실적 접근이다. 북한의 도발에는 징벌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 총과 칼은 평화를 지킬 수는 있어도 평화를 만들 수는 없다. 양자대화와 다자대화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비핵화는 체제위협 요인 제거에서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핵문제는 ‘넌-루가법’에 의해 체제보장과 경제적 보상으로 해결됐다. 이란의 비핵화 합의는 제재와 대화라는 병행전략의 산물이다. 모두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반도 비핵화는 동시행동의 원칙이 중요하다.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선언 대 선언이 시작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해야 한다. 이어 한·미는 합동군사훈련에 4대 전략무기 동원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 중국은 합의 불이행에 대한 제재압박 공조에 적극 참여를 선언해야 한다. 남북회담과 북미회담, 6자회담의 수순이 현실적이다. 검증에 이어 다음 단계로의 이행을 위해 동결, 불능화, 폐기의 단계적 접근이 설득력을 지닌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대타협을 6자정상회담을 통해 선언하면 더욱 좋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복잡하다. 남북과 미·중까지 4자가 참여하는 가칭 ‘한반도 평화포럼’이나 ‘평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잠정협정과 평화협정 수순으로 진행하는 게 현실적이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는 정책적으로 분리하고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