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 감사인 교체 봇물…중징계 후폭풍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1년간 신규 업무정지 중징계 처분을 받음에 따라 기업들의 감사인 교체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 2위권인 딜로이트안진의 지위가 흔들릴 것이고, 업계 판도가 바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딜로이트안진은 앞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12개월간 신규 감사계약 정지의 제재를 받았다. 이에 따라 딜로이트안진과의 감사계약이 올해로 끝나는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회계법인을 교체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딜로이트안진에서 이탈하는 계약 3년차 상장사가 80여곳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두산밥캣 엔씨소프트 기아차 미래에셋대우 등 50곳 이상이 딜로이트안진을 떠나 새로운 외부감사인을 찾았다. 나머지 상장사들도 이달 말 감사인 선임 기한 마감을 앞두고 고심 중이다. 대형 상장사 대부분은 기존 '빅3' 회계법인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고객사 이탈 규모는 예상보다는 크지 않다.

금융위가 당초 1~2년차 계약사도 '소속 회계사 등록취소' 사유로 감사인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이들 회사의 감사계약 해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12월 결산법인이 감사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3월 안에 감사인선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금융위가 업무정지 조치가 3월22일 이뤄지면서 감사인 교체·해임시 감사인에게 부여해야 하는 10일 이상의 의견진술 기간이 확보되지 않았다. 1~2년차 계약사는 딜로이트안진과의 계약을 해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이던 딜로이트안진이 1년간 업무정지 조치를 받으면서 회계업계의 지각변동도 불가피하게 됐다.

기업경영성과 분석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중 101개사(20.9%)가 딜로이트안진과 감사계약을 맺고 있다. 삼일PwC(31.7%)의 피감기업이 가장 많고 딜로이트안진, 삼정KPMG(19.7%), EY한영(14.3%)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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