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액자산가들, 金·달러 높은 관심…국내 부동산 투자는 신중
정영주 하나금융투자 강남WM센터 WM팀장(35·사진)은 강남WM센터 PB 중 막내 축에 속한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자산관리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HMC투자증권 기업공개(IPO) 부문에서 일하다 2012년 하나금융투자로 자리를 옮겼다. 고객이 기업 지분에 투자해둔 ‘무수익 자산’을 제외하고 실제 운용 중인 고객 자산은 1600억원가량. 이 중 1000억원이 지난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기존 고객이 추가로 자산을 맡긴 데다 증권사 IPO 업무로 인연을 맺은 고객의 신규 자산을 유치한 덕분이다.
▷지난해 높은 고객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관리한 고객 자산의 전체 수익률은 13.3%였다. 개인 투자 성향에 따라 목표 수익률이 다르지만 고객들은 평균적으로 5% 안팎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WM센터를 찾는다. 기대보다 높은 수익을 거둔 셈이다. 리스크(위험) 관리를 철저히 한 것이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일부 대형주를 제외하면 국내 주식 시장이 좋지 않았다. 보통은 주식 비중을 전체 자산의 30%가량으로 유지하지만 지난해에는 주식비중을 줄이는 대신 대체투자 자산이나 안전 자산 비중을 늘렸다. 고객 자산의 20~30%가량을 현금 비중으로 남겨둔 시기도 있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자산을 굴리기보다 좋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때를 기다린 것이 수익률에 보탬이 됐다.”
▷요즘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트렌드를 꼽는다면.
“금과 달러 자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연초에 비해 달러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달러에 투자해야 할 시기가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이달 들어 금 값이 오르자 관련 자산을 늘려야 하지 않느냐는 문의도 많다. 고액자산가들은 대부분 자산을 적극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리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안전 자산인 금과 달러의 가격 추이는 평소에도 꾸준히 관찰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편이다.”
▷과거에 비해 관심이 줄어든 투자 자산이 있다면.
“국내 부동산 투자는 신중하게 결정하는 추세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드는 만큼 부동산 수요가 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 펀드의 경우 기초 자산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오피스 빌딩이라고 해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10%를 웃돌면서 ‘공실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차라리 ‘꼬마빌딩’ 같은 소규모 실물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해외 부동산 펀드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었다. 해외 부동산은 레버리지(부채)를 일으켜 인수할 경우 연 8% 안팎의 펀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연 4~5% 안팎의 수익률을 내는 국내 부동산 펀드에 비해 수익성도 좋다.”
▷투자자들이 올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자산이 있다면.
“올해는 국내 주식 자산을 늘릴 계획이다. 세간에는 경제 비관론이 팽배하지만 경제 지표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이익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겼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 ‘눈높이’를 높여 잡았다. 주식 자산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본다. 종목 기준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4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을 주목할 만하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