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미친 운임료' 정상화 시켰다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인 현대상선이 올해 국내외 화주와의 운임 협상을 통해 연간 40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작년 4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에 몰리면서 헐값에 계약했던 운임을 상당 부분 정상화시켰기 때문이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주요 선사와 화주 간 ‘2017년 운임 협상’이 이달 말로 대부분 마무리되는 가운데 현대상선은 미주 서부 노선(상하이~미국 롱비치 등)의 운임을 지난해 4월에 맺은 계약보다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20% 가까이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서부 노선은 TEU당 1200~1400달러, 유럽 노선은 600~900달러의 가격대가 책정될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유동성 위기를 겪는 와중에 화주 이탈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요금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에 그 요금을 정상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 비해 연간 4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은 또 주력 노선인 미주 서부 노선에 월마트, JC페니, 휴렛팩커드(HP),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화주를 영입하는 데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을 비롯해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 등 원양 컨테이너선사는 매년 4월 운임을 확정한다. 올 4월은 전 세계적으로 해운동맹이 새롭게 재편되는 시점이어서 운임 협상이 여느 해보다 더 중요했다. 작년 83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상선은 올초부터 회사의 사활을 걸고 운임 협상을 준비해왔다.

화주들이 운임을 올리는 데 동의한 것은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과 한진해운 파산 사태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은 작년 채권단으로부터 1조4000억원 출자전환을 받고 한국선박해양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아 부채비율을 2000%대에서 300%대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무조건 낮은 운임에 계약하려던 화주들도 작년 9월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태도가 바뀌었다”며 “지나치게 낮은 운임이 해운사를 어렵게 만들 경우 본인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