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서린동 SK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의 ‘웰-컴 데이’ 행사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지난 19일 서울 서린동 SK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의 ‘웰-컴 데이’ 행사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여러분이 상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 19일 서울 서린동 SK빌딩 3층 수펙스홀. 회사의 중간 직급인 부장·과장급 직원들과 대화하기 위해 ‘웰-컴 데이(Well-Communication Day)’ 행사를 마련한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56)이 이렇게 물었다. 직원들이 스케치북에 답변을 쓴 뒤 들어 올렸다. “인사 평가 때 불이익을 받을까 봐”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상사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의미의 신조어)’라서” 등의 솔직한 답변이 쏟아졌다.

김 사장은 스케치북을 하나하나 지목하며 직원들의 얘기를 듣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 사장의 ‘소통 경영’은 ‘할 말은 하는 조직을 만들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울산, 대전, 인천, 서산 등 전국 각지의 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신임 과장과의 점심식사’ 등을 기획해 젊은 아이디어를 수시로 듣는다. “사업은 자회사 사장들이 하면 되고, 직원들을 만나 귀를 여는 것은 나의 역할”이라고 말할 정도다. 웰-컴 데이 행사를 ‘도전! 골든벨’ 형식으로 진행한 이유도 직원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 100여명의 이름도 다 외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 2월 김 사장이 신입사원 100여명과 7시간 동안 벽화 그리기 자원봉사활동을 함께 다녀왔다”며 “면접 때 (신입사원이) 했던 말을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자취방은 잘 구했느냐’고 물어보는 모습을 보고 새내기들이 굉장히 놀라워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이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웰-컴 데이 행사에서 기장과 부기장의 소통 실패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항공기 추락 사고를 예로 들었다. 김 사장은 “생각을 정리한 뒤 말하려고 하면 이미 타이밍을 놓친 뒤가 될 수 있다”며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들어서는 걸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