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두 그릇에 단무지 많이요.” “네 알겠습니다. 예상 배달 소요시간은 25분입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에 친구로 등록된 챗봇과 대화하는 장면이다. 동네 중국집 챗봇이지만 ‘단무지 추가’와 같은 별도 요청 사항을 처리하고 예상 배달 시간을 안내할 만큼 높은 ‘지능’을 자랑한다.
일상 파고든 챗봇…짜장면 주문·숙소 예약 '척척'
2~3년 내 ‘1기업 1챗봇’

일부 대기업의 전유물이던 챗봇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관계자는 23일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배달 영업을 하는 음식점의 포스시스템(주문프로그램)에 인공지능(AI)을 갖춘 챗봇을 덧붙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챗봇을 활용하면 전화로 주문을 받는 인력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들도 한결 편해진다. 전화를 걸거나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번거로움 없이 음식을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엔 이미 챗봇을 활용해 상품 주문과 서비스 예약을 받는 곳이 많다. 유통과 금융업종이 챗봇 도입에 적극적이다. LG CNS는 ‘톡 간편주문’이란 홈쇼핑용 챗봇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톡에 설치된 챗봇을 활용해 GS홈쇼핑, CJ오쇼핑에서 물건을 주문할 수 있다. 대신증권엔 ‘벤자민’이란 이름의 챗봇이 있다. 계좌를 개설하고 공인인증서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벤자민에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숙박 앱 ‘여기어때’에선 챗봇 ‘알프레도’가 활약 중이다. 사용자가 가고 싶은 지역과 인원, 희망 가격대 등을 메시지로 입력하면 최적의 숙소를 추천해 준다.

업계에선 2~3년 내로 ‘1기업 1챗봇’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의뢰를 받아 제작 중인 한국어 챗봇은 50여개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항공사와 여행사, 교육업체 등과 협력해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며 “지금 만들고 있는 챗봇 대부분이 연내 일반에 공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오라클도 올 11월부터 한국어 AI 챗봇을 주요 기업에 판매할 계획이다. 정식으로 상품을 내놓기 전이지만 이미 상당한 양의 선주문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정철호 한국오라클 상무는 “한국어 인식과 처리와 관련된 AI 기술이 상용 챗봇을 내놓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올해는 한국어 챗봇이 대중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앱 시대에서 챗봇 시대로

해외에서 활약하는 영어 챗봇들은 한국어 챗봇보다 대화가 자연스럽다. 사람의 일상 언어를 컴퓨터 언어로 전환하는 ‘자연어 처리’ 기술이 사용자가 많은 영어와 중국어를 기반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MS가 중국에서 선보인 ‘샤오아이스’는 일상적인 대화를 50문장 이상 이어갈 수 있다. 미국 젊은 소비자를 고객층으로 확보하고 있는 메신저 업체 킥은 화장품·의류 업체들과 연계한 ‘봇숍’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코디네이터처럼 사용자와 대화하며 취향에 맞는 옷과 화장품을 골라준다.

챗봇의 근간 기술은 이세돌과 알파고 바둑 대결로 유명해진 ‘딥러닝’이다.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기계가 알아서 학습 결과물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누적하다 보면 “오늘 재킷을 입어야 할까”라는 말을 ‘날씨’를 묻는 질문으로 이해한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들이 수년 내 챗봇으로 교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챗봇은 앱과 달리 복잡한 설치 과정이 필요 없고 휴대폰 저장장치 용량을 잡아먹지도 않는다. 기능이 비슷하다면 굳이 앱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 챗봇(chatbot)

채팅로봇의 줄임말. 메신저를 통해 일상 언어로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학습하는 챗봇이 등장한 2~3년 전부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영어권 기업들은 이미 콜센터 상담원 등을 챗봇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