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넣은 물' 각광…노화 막아주고 당뇨에도 효과 있다는데
마시는 물에 수소를 넣은 수소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수소가 체내 유해한 활성산소를 없애고 파킨슨병과 당뇨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면서다. 그러나 수소수의 효능은 아직도 논쟁 중이다. 수소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동물실험을 통해 일부 효능이 밝혀진만큼 건강보조제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양한 효능으로 주목

수소가 노화를 막는 물질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이다. 그해 6월 의과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수소가 활성산소를 없앤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오타 시게오 일본의과대 교수는 뇌경색을 유도한 쥐에게 농도 2%의 수소 가스를 마시게 했더니 뇌 속 유해산소가 60%가량 사라지고 망가진 뇌세포가 절반 넘게 되살아났다고 주장했다.

오타 교수 연구팀은 2009년 뉴로사이언스 레터스에 수소수가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도 게재했다. 파킨슨병에 걸린 쥐에게 수소용존이 80ppb 이상 녹아 있는 수소수를 1주일간 마시게 했더니 활성산소가 뇌 신경세포의 DNA를 손상시키지 못하는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2008년 뉴트리션 리서치에는 수소수가 당뇨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실렸다. 제2형 당뇨병 환자 30명 중 절반에게 진짜 수소수를, 다른 절반에게는 가짜 수소수를 매일 4컵씩 8주간 마시게 했더니 진짜 수소수를 마신 그룹에서 혈중 및 소변 내 당뇨 수치가 개선됐다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수소가 당뇨병 환자의 포도당 대사를 끌어올렸을 것으로 분석했다.

수소가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C가 하지 못하는 일까지 해낸다는 주장도 있다. 이규재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는 “비타민C는 분자량이 크고 체내 흡수율이 높지 않고 인체 구석구석까지 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수소는 비타민C보다 분자량이 훨씬 작고 가벼워 인체 어느 곳이든 쉽게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제 아닌 건강보조수단

수소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대규모 임상시험은 아직 없다. 환자가 병원 치료를 중단하고 수소수만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환석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소수는 약이 아니므로 보조적 수단으로만 활용해야 한다”며 “당뇨병 전(前)단계처럼 건강과 질병 사이에 놓인 사람이라면 식이 조절, 운동습관을 유지하면서 수소수를 추가로 마시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소수의 부작용은 없을까. 이홍규 을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수소가 인체에 끼치는 부작용은 없다고 본다”며 “오랜 기간 잠수부들이 고농도의 수소를 산소 및 헬륨가스에 섞어 사용해 왔지만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마시는 물에는 수소가 거의 없다. 수소수는 물을 전기분해하거나 수소가스를 주입하는 방법, 다량의 칼슘·마그네슘을 물에 넣는 방법 등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최근 휴대용 수소수 제조기, 수소수 전용 물병 및 파우치 등의 제품이 출시돼 있다. 수소수 생성기 제조업체인 솔고바이오의 김서곤 회장은 “수소수 생성기를 사용하면 수소 용존량이 적게는 500ppb, 많게는 1000ppb(1ppm) 이상 나온다”며 “100도 이상 물을 끓이면 수소가 기화되므로 수소수 온도는 최대 100도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